비빔냉면은 함흥냉면...? 여름철 별미, 냉면에 대해
비빔냉면은 함흥냉면...? 여름철 별미, 냉면에 대해
  • 공지현 기자
  • 승인 2019.03.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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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현 기자
공지현 기자

폭염에 식욕이 뚝 떨어졌을 때,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더위까지 날려버리는 음식이 바로 냉면이다. 하지만 함흥냉면? 평양냉면? 여름의 대표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차이인지 늘 헷갈리는 냉면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먼저 냉면이란 한국 고유의 차갑게 해서 먹는 국수의 통칭이다. 정작 냉면의 발생지인 북한에서는 그냥 국수라고 부르는데, 이는 평안도나 황해도 일대에서 가장 많이 먹었던 국수의 형태가 바로 냉면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연구에 따르면, 냉면은 고려시대부터 먹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시대부터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해 일제강점기 및 6.25 전쟁에 의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현대에는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을 냉면으로 꼽지만, 근대까지만 해도 평양냉면과 진주냉면만이 냉면으로 불렸다. 평양냉면은 1920년대 중반 도시화 되던 경성에서 설렁탕과 함께 배달음식의 투톱으로 자리하며 더욱 입지를 탄탄히 했지만, 진주냉면은 아주 엄격한 조리법으로 소수의 요정에서만 조리되던 고급음식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이후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요정들이 영업을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맥이 끊기게 되었다.

* 평양냉면 :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평양냉면’은 메밀가루에 밀과 전분을 넣어 반죽해 냉면 틀에 눌러서 국수를 뺀 후 바로 삶아 먹는 방식이다. 메밀은 글루텐이 적어 부드럽고 쉽게 끊어지는 특징이 있으며, 육수는 본래 꿩 육수였으나 현재는 쇠고기육수와 동치미국물을 혼합해 사용한다. 여기에 편육이나 달걀, 무, 겨자, 식초 등을 곁들여 먹는다.

* 진주냉면 : ‘진주냉면’은 경상남도 진주시의 향토음식으로 이북 지역의 평양냉면, 함흥냉면과는 달리 해물로 낸 육수와 육전 고명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진주냉면은 요리법을 기억하는 요리사가 없어 맥이 끊긴 상태에서 복원시킨 음식이기 때문에 진짜 진주냉면이 맞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함흥냉면은 본래 냉면이라고 불리던 음식은 아니었다. 함흥냉면의 면은 감자 전분을 넣어 만들며, 비빔냉면과 물냉면 모두 있다. 특히, 현대의 대한민국(남한)에는 일부 실향민의 주장을 근거로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이다'라는 식의 오인식이 널리 퍼져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 함흥냉면 : 진주냉면, 평양냉면과 함께 한국의 3대 냉면으로 여겨지는 ‘비빔냉면’은 육수가 적거나 없는 것이 특징이며, 북한의 함흥에서 ‘회국수’라고 부르던 음식이 남한의 재료사정에 맞게 현지화 된 음식이다. 일제강점기 초기에 함흥의 개마고원에서 감자전분을 생산하는 공업의 발달로 감자녹말을 이용한 국수요리가 발달하며 아래에서 설명할 물냉면인 농마국수, 그리고 회와 매운 양념장을 넣은 회국수가 생겨났다. 이 시기가 1910년 전후이므로 함흥냉면은 다른 냉면들과 달리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음식이다. 흥남 철수의 피난민들이 서울, 부산 및 속초에 정착하여 고향의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을 열었는데, 이 때 함흥의 이름을 사용하며 회국수는 ‘함흥냉면’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고, 남한에는 감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감자전분 대신 고구마전분을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회 고명은 홍어나 간재미(가오리), 간혹 꿩고기 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원래는 명태 회무침을 올리는 것이 원조다. 평양냉면만큼은 아니더라도 함흥냉면 역시 남한에 내려오면서 매운 맛이 강해지게 개조가 된 편인데, 서울 오장동, 강원도 속초의 원조 함흥냉면 집은 양념이 적고 약간의 국물과 함께 나오는 물냉면의 형태에 가깝다.

회국수 외의 함흥냉면을 북한에서는 ‘농마국수(녹말국수)’라고 하는데 비빔냉면이 아닌 물냉면이다. 대부분의 남한사람들은 함흥냉면을 비빔냉면으로 생각하는데, 함흥식 물냉면이 남한에서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양냉면과 마찬가지로 얼음이 전혀 없는데, 이는 북한에서 국물이 얼면 국물 맛이 변한다하여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흥냉면(회국수나 농마국수)은 면이 가위로 잘라야 할 정도로 아주 질긴 것이 특징인데, 북한에서는 국수 요리의 면발이 자신의 명줄과 관련이 있다고 믿어서, 면을 가위로 잘라 먹는 행위는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자르는 것으로 보고 금기시한다.

* 밀면 : 부산의 향토음식으로 1950년대 미군의 밀가루 원조로 남는 밀가루에 전분을 약간 추가한 면을 쓴다는 것이 기존 냉면과의 차이점이다. 밀가루를 면으로 뽑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과 경상도 입맛에 맞추어 자극적인 맛이 특징이다. 질긴 전분 냉면 면발을 먹기 힘들어한 부산 사람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었으며 돼지고기를 쓰기 때문에 누린내를 잡기 위해 넣은 한약재 향기가 나는 경우도 많다. 종류는 물밀면과 비빔밀면 두 가지가 있고, 수도권은 닭 고명을 사용하는 초계밀면도 종종 볼 수 있으며, 냉우동이라고도 불리는 제주도의 밀면은 굵은 면을 쓰는 특징이 있다.

* 옥천냉면(해주냉면) : 6.25 전쟁 때 황해도 해주에서 피난 온 부부가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에 자리를 잡고 해주식 냉면을 파는 식당을 개업하면서 옥천면 특산품으로 정착하였다. 평양냉면과 비슷하지만 약간의 간장을 베이스로 하였고, 돼지고기만을 이용한 진한 육수와 우동가락에 버금가는 굵고 통통한 메밀 면이 특징이다.

* 백령냉면 : 백령도나 강화, 인천에서 맛볼 수 있는 냉면으로 진한 사골육수에 까나리 액젓으로 감칠맛과 간을 더하고, 메밀 면을 사용한다. 위의 옥천냉면과 더불어 해주냉면의 변형으로 추정되지만, 사골육수와 까나리 액젓을 쓰기 때문에 옥천냉면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 서울식냉면 : 고기 집 후식이나 특정 종류의 냉면을 팔지 않는 냉면집에서 물냉, 비냉 등으로 구분지어 부르는 냉면들이 여기에 속하며, 함흥냉면과 막국수가 교배되어 서울 입맛에 맞춰 개량된 냉면이다. 동대문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매운 비빔냉면이 가장 대표적인 서울식 냉면이며, 새콤달콤한 육수를 사용한 물냉면도 서울식 냉면에 속한다. 전문 냉면집이 아닌 곳에서도 수요가 많은 냉면 종류라 유명 냉면집이 아니라면 공장에서 대량으로 우려낸 육수에 조미료를 첨가하여 만드는데, 이는 오늘날 저렴한 냉면들의 공통된 문제일 뿐 서울식 냉면의 특징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함흥냉면처럼 면을 주로 전분으로 뽑아 매우 질기다.

* 인천 화평동냉면 : 화평동 냉면은 서울식 냉면과는 또 다른 방계를 이루고 있으며, 조미료 육수에 매콤한 양념을 섞어서 먹는 분식집 냉면 스타일이다.

냉면이라는 음식은 어떤 특정한 조리법이 있다기보다는 '차갑게 먹는 면'이면 뭐든지 냉면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겨울에만 먹을 수 있던 음식을 사계절 즐기게 되었고, 지역적 특색이나 그 가게만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냉면이 생겨나게 되었고, 앞으로 더 많은 종류의 냉면들이 생겨날 것이다.

푹푹 찌는 여름, 중복인 오늘. 수많은 냉면 중에 내 입맛에 딱 인 냉면 한 그릇도 꽤 좋은 보양식이 되지 않을까.

 

- TIP : 냉면을 판매하는 곳에서 공장제 육수인데 직접 뽑은 면을 제공하는 곳도 꽤 많다고 한다. 육수의 주재료가 고깃국물인데 메뉴에 수육이 없다면 공장제 육수를 사용할 확률이 높으므로 정말 냉면애호가라면 수육을 판매하는지 잘 확인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