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에는 왜 보신탕(개장국)을 먹었을까?
복날에는 왜 보신탕(개장국)을 먹었을까?
  • 공지현 기자
  • 승인 2020.07.1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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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의 의미와 유래
개장국에서 유래된 음식인 육개장
건강상태에 따른 보양음식 추천
연합매일신문 공지현 기자
연합매일신문 공지현 기자

복날은 초복, 중복, 말복을 뜻하는 절기로 그 해의 더위를 물리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삼복은 중국 진(秦)나라 때부터 시작되었고, 일 년 중 무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기여서 삼복더위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매 해 달라지는 복날의 날짜가 음력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굉장히 놀랍다. 초복(初伏)은 하지 후 세 번째로 오는 경일(庚日), 중복(中伏)은 그로부터 10일 뒤인 하지 후 네번째 경일(庚日),말복(末伏)은 입추 후 첫 번째 경일(庚日)이다.

여기서 경일이란 민속 육십갑자의 위 단위를 이루는 요소.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에서 천간(天干)이 경(庚)으로 된 날을 말한다. 천간(天干: 십간) 중 경일을 복날로 삼은 까닭은, 경(庚)은 속성상 약하고 오행으로 볼 때 금(金)이며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복날의 복(伏)자는 굴복하다, 항복하다는 의미의 엎드릴 복자를 사용한다. 이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가을철 금(金)의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아직 여름철의 더운 기운이 강렬하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屈伏].는 의미이다.

엎드릴 복자를 살펴보면 사람 인자 변에 개견(犬)자가 들어있다. 이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서 엎드려 개로 영양을 보충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기도 한다.

경원대 한의대학장 이영종 교수에 의하면 "여름은 불이다. 게다가 더위의 절정인 복날은 경일로서 화기가 왕성하면서도 금에 해당한다. 따라서 복날은 불이 쇠를 녹이는 화극금이므로 쇠를 보충하기 위해서 개를 먹어야 한다. 개에게는 쇠의 기운이 있는 까닭이다."라고 복날에 개를 먹게 된 이유도 함께 말하고 있다.

경일의 경(庚)은 '바꾸다. 새롭게 하다'의 의미도 있는데 한여름의 무더위가 초, 중, 복 세 번을 거쳐 가을로 서서히 바뀌어 가는 과정이라는 설도 있다.

 

과거에는 개가 갖고 있는 성질로 인해 복날에 대체로 개장국을 먹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외에도 개장국이 가장 흔한 보신음식이었던 이유는 그 시절 소가 음식보다 생계수단으로써의 가치가 더욱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영양학적으로 개고기의 단백질 아미노산 조성이 사람의 근육 조성과 흡사하여 우리 몸에 흡수가 잘 된다고도 한다.

현재에는 개고기를 대체해 소고기로 개장국을 대신 섭취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는데, 그 음식이 바로 육개장이다. 개고기를 고아 끓인 국을 말하는 개장국에다 소고기를 뜻하는 '육(肉)'을 덧붙여 소고기를 마치 개장국처럼 끓였다는 뜻으로 육개장이라 부르게 되었다. 흔히 가운데 '개'를 '닭 계(鷄)'로 잘못 이해하고 육계장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표기에 주의해야 할 말이다.

 

개 이외의 복날 음식으로는 더위로 인해 쇠약해진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고칼로리의 음식들을 섭취하거나 차가운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어 냉해진 소화기관을 보하기 위해 인삼이나 닭처럼 뜨거운 성질의 음식을 먹어주기도 한다.

요즘은 다양한 보양식이 즐비하고 있어, 체질에 맞는 음식들을 선택하고 자신에게 적절한 보양식을 먹어줌으로써 복날을 건강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피곤이 잦다면 아미노산과 타우린 등 무기질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낙지나 전복을 추천한다. 피로를 회복하고 간을 보하기 때문에 술자리가 잦은 직장인들에게도 좋다.

장어는 붕장어, 갯장어, 뱀장어, 먹장어 등 4가지 종류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갯장어와 붕장어는 여름철에 맛이 좋은 수산물이기 때문에 여름 보양음식으로 제격이다. 장어는 비타민 A와 단백질, DHA와 EPA가 풍부해 기력회복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두뇌 발달, 기억력 회복 및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오리는 수분이 많으며 시원한 성질을 띠기 때문에 몸의 수분을 보충해주고, 각종 장기의 열을 식혀주어 여름철 보양식으로 가장 안성맞춤이다. 녹두나 팥과 같이 열을 내려주는 곡류를 넣고 함께 먹으면 체내의 열을 배출해주어 소화기에 열이 많은 사람의 보양식으로 적합하다.

보양식계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는 삼계탕이나 추어탕 등도 단백질이나 무기질 등이 풍부해 원기회복에 도움을 준다.

 

요즘엔 옛날과 달리 영양이 풍부한 음식이 많아 보양식 없이도 충분한 시대지만, 복날이라는 이름으로 '나 자신을 조금 더 챙기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더욱 뜻 깊은 절기가 아닐까 싶다.

2020년의 복날은 초복 7월 16일, 중복 7월 26일, 말복 8월 15일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