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 선정에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제외해야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 선정에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제외해야
  • 임미순 기자
  • 승인 2021.01.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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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32호분[전북도 제공]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32호분[전북도 제공]

 

(사)문화살림(대표 오덕만)은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 선정에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제외시켜 달라고 청와대에 국민청원으로 올려 또 다시 졸속으로 치닫는 가야사 복원에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해 9월 1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제5차 세계유산분과 문화재위원회가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이 신청한 7개 지역 고분군에 대해 심의하여 원안대로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 가결하였다.

이에 대해 「김해 대성동 고분군」(사적 제341호),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 「합천 옥전 고분군」(사적 제326호),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고성 송학동 고분군」(사적 제119호),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만이 아니라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사적 제542호)까지 포함된 것에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문화재청에서 지난 2018년 국가지정문화재(사적)로 지정할 때도 지정사유에 가야와 백제의 고분 축조 방식이 모두 나타나며 현지세력, 가야 및 백제의 특징을 보여주는 유물이 함께 출토되어 5~6세기 전라북도 동부 지역의 고대사 및 고대문화 연구에 중요한 유적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남원시를 비롯하여 관련된 일부 학계에서는 전라북도 동부지역에서 ‘가야계’ 유적‧유물이 발견된다고 이들 지역을 가야의 강역으로 지칭하고, 한편으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가야고분군」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했다는 것은 참으로 우려할 만한 일이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대가야(고령)의 서부 영남지역에서 4~5세기경의 백제의 마구, 금공예품, 토기 등이 다수 출토되는 것을 두고 백제의 강역이라고 하는 것에 다름이 없다. 이것은 4~5세기경에 백제와 가야와의 문화적인 교류가 활발했던 것의 증표로 보아야 맞을 것이다.

오늘날 영호남 경계지역은 고고학적으로나 역사학적으로 호남 동부지방의 백제와 영남 서부지역의 가야와는 소백산맥과 지리산이 자연적인 경계를 이루면서 인적 문화적 교류의 흔적을 남겨놓고 있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가야고분군」에 포함시켜 가야의 강역으로 삼으려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한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부산·경남 지역 공약 중 하나로 `가야 문화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 가야문화 복원 사업을 제시한 이후 기야사의 온전한 재조명과 가치회복이라는 명분아래 지난해 5월 20일 가야사 연구복원 및 활용사업의 법적 근거인 ‘가야역사문화권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약 1조 2,270억원의 사업계획이 수립되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와 대학‧학자들 간에 무리한 실적 성과주의와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해 역사왜곡으로까지 치닫는 우려를 끼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증으로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가야본성 전시’가 일제 식민사학을 추종하고 일본인들의 시각에 맞춘 기획으로 진행이 되었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가 있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좀 더 시간을 두고 학술적 토론과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연속유산으로 추가등재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5세기 말~6세기 초 반세기도 안되는 짧은 시기에 대가야가 호남 동부지역으로 진출한 흔적은 보이지만 6세기 초에 대가야가 소멸되면서 백제의 영향력이 확대되었던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를 비롯한 호남 동부지역의 가야계 유적‧유물은 백제의 강역 안에 있는 가야와 교류의 흔적일 수 있는데 이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면 그곳이 가야의 강역이 되는 고대사로 변질될 것이고 이는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재조명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제 문화재청이 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면, 유네스코 자문기구(ICOMOS)의 현지 실사 등을 거쳐 세계유산위원회가 2022년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신청서 제출에 앞서 기록이 극히 희박해 가야의 영역‧개념‧실체를 놓고 여전히 논란과 혼선이 되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까지 포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