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6일, 올 해의 첫 보름 ‘정월대보름’
2021년 2월 26일, 올 해의 첫 보름 ‘정월대보름’
  • 공지현 기자
  • 승인 2021.03.0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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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매일신문 공지현 기자
연합매일신문 공지현 기자

정월대보름은 세시풍속에서 설날이나 추석만큼 중요한 명절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에서는 보름달이 가지는 뜻이 아주 강한데, 이는 태양-하늘, 달-대지가 가지는 풍요원리를 기본으로 했다고 본다.

최상수의 ‘한국세시풍속‘을 보면 12개월 동안 세시풍속의 총 건수는 189건이다. 그중 정월 한 달이 78건으로 전체의 절 반 가량임을 나타낸다. 그리고 정월 중에서 대보름날의 세시풍속은 40여건으로 년 20프로의 비중을 대보름이 차지하고 있다. 1월 1일은 1년이 시작하는 날로 당연한 의의를 지녔지만, 달의 움직임(음력)을 표준으로 삼는 사회에서는 첫 보름달이 뜨는 대보름날이 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져온 듯하다.

지금까지도 잘 알려진 대보름날의 풍습은 오곡밥 먹기, 부럼 깨기, 귀밝이술 마시기, 쥐불놀이 등이 있다. 원래 정월 대보름에 만들어 먹는 상원절식으로는 약밥을 들고 있는데, 약밥에 들어가는 잣, 대추, 밤 등은 당시 서민들이 구하기 어려운 재료였기 때문에 대신 오곡밥을 지어 먹게 된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오곡밥은 여러 가지 곡식을 섞어 지은 일종의 잡곡밥이며, 곡식의 종류는 가정 및 지역마다 다르다. 여러 가지 곡식을 넣어 지어 먹는다는 뜻에서 곡식의 총칭인 ‘오곡’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오곡의 풍요를 기원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부럼 깨기는 지금과는 달리 종기가 흔했던 과거에 열두 달 동안 부스럼이 나지 말라는 것과 이가 단단해지라는 의미에서 행해졌다. 보통 자신의 나이만큼 깨물어 건강을 기원하기도 한 부럼은 깨물었을 때 소리에 귀신들이 도망간다고 믿기도 했다. 겨울동안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기 어려웠던 과거에 면역력을 높여주는 견과류로 영양소를 채운 것은 조상의 지혜가 엿보이기도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청주 한 잔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그해 일 년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하여 남녀노소 모두가 마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금은 술을 공장에서 만들고 상점에서 구입하여 귀밝이술을 마실 수밖에 없지만, 조선시대에는 귀밝이술뿐만 아니라 모든 술을 집에서 담갔기 때문에 지금보다 이 풍속을 더 쉽게 접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쥐불놀이는 횃불놀이를 겸해서 음력 1월 14일이나 보름날 밤에 행했던 민속놀이이다. 잡귀를 쫓고 신성하게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와 함께 잡초를 태움으로써 해충의 알을 죽여 풍작을 기도하며, 봄에 새싹이 날 때 거름이 되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 등은 우리의 즐거운 풍속이지만, 각 지역별 소방본부에서는 산불의 위험 때문에 과태료를 물면서 재난방지에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겨울 철 건조한 날씨에 풍등을 날리는 등의 화재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코로나가 유행인 만큼 각자 집에서 가족과 함께 부럼과 오곡밥 등의 건강식으로 1년의 풍요와 안전을 기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