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 이주 외국인 구술 설화 1400건 공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 이주 외국인 구술 설화 1400건 공개
  • 이승현 기자
  • 승인 2021.10.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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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의 경험·정서·문화 고스란히 녹아든 설화 구술 자료 집대성
다문화시대 이주민 구술설화DB 캡처. (이미지=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 이하 한중연)이 ‘다문화 시대 한국학을 위한 이주민 설화 구술자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연구자 및 일반국민에게 공개한다고 7일 밝혔다.

건국대학교 신동흔 교수 연구팀이 3년간 한중연의 연구비 지원으로 정리한 해당 DB에는 네팔·대만·도미니카 등 27개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 외국인 유학생)이 직접 구술한 1493건의 신화·전설·민담·생활이야기 등이 정리돼 있다.

신 교수 팀은 현지조사를 통해 한국의 다문화 사회를 구성하는 이주민들 모국의 설화 구술 자료를 집대성해 문학 및 인접 학문에 도움이 될 토대 연구자료 제공을 목표로 했다. 이를 통해 이주민에 대한 정서적 이해의 기틀을 마련하고 이주민들의 문화적 역량을 적극적으로 포섭해 미래 한국이 나아갈 바를 모색하고자 했다.

그 결과 이번 구술설화 DB를 통해 무형의 구전설화도 문화권을 넘어 해당 지역에 맞게 변형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이별의 상징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중국에서 ‘은혜 갚은 사슴’ 이야기의 모티브를 지닌 ‘우랑과 직녀’라는 설화로 표현됐고‘개미와 베짱이’ 동화는 필리핀에서 ‘게으른 나비와 부지런한 개미’로 구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주민이 직접 구연한 구술 자료를 살펴보면 개인의 정서와 경험은 물론 사회·문화·역사·정치·경제 등 삶의 배경이 되는 여러 요소에 대한 인식이 다차원적으로 녹아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이주민의 설화는 단순히 문학 활동의 한 양식으로서만 아니라 이주민의 정체성을 집약하는 매체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다양한 시대·소재·문화·지역 정보들이 혼합돼 새로운 장르의 문화콘텐츠로 생산되기도 함에 따라 현장에서 수집된 여러 나라의 구전자료는 영화, 출판, 연극 등의 의미 있는 소재로 활용 가능하다.

안병우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한국으로 이주해오기 전 고국에서 들었던 신화와 전설, 민담이 한국 문화와 접촉하며 변화된 부분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고, 다문화 시대에 새로운 콘텐츠 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본 성과”라고 이번 연구결과의 의의를 강조했다.

해당자료는 현재 한국학진흥사업 성과포털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으며, 설화의 텍스트는 물론 이주자가 구술하는 음성도 직접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