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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16.11.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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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만 서민대중이 박근혜 탄핵으로 헌정을 바로 세울 때

작금의 한국사회는 마치 주술에 걸린듯하다. 지상파 방송은 뒤늦게야 설레발을 치고 있지만, 조선TV, 한겨레신문, JTBC가 물꼬를 튼 박근혜 대통령과 그녀의 최측근 비선실세 최순실의 전횡과 부정부패로 연일 쏟아내는 특종과 단독보도는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국정농단이 아니라 국정파탄이자, 헌정위반이 아니라 헌정파괴이자 헌정초월인 셈이다.

 

공적 권력을 자기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유화한 야차 같은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게이트는 대통령의 국정 농단(壟斷)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범위와 정도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사태의 초반에는 최순실이 대통령과의 사적 친분을 이용하여, 각종 이권에 개입하여 전횡하며, 자신의 이익과 재부를 취하며, 안하무인격으로 굴러먹은 개인비리 문제로 치부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형식적 주범이되 꼭두각시에 불과하고, 최순실이 실체적 종범이라고 추측되었다. 그러나, 양파껍질 벗겨지듯 밝혀지는 진실은, 대통령이 주도하여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직접 챙겼으며, 대기업 재벌을 협박하고 편의를 제공하여 찬조금을 긁어내고, 각종 국가정책이나 사업까지 심지어 해외 순방까지 이권사업의 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조폭보다도 못한 앵벌이, 양아치 행태를 벌인 것이다. 사태의 윤곽이 더욱 확실해질수록 박근혜는 적극적 주범이자 철저히 지능적으로 공적 권력을 자기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유화한 악마적 본성이 드러났다. 결국, 박근혜와 최순실은 공모하여, 정부의 모든 정책을 창조하고, 기획하고, 개입하고, 가로챈, 야차(夜叉)같은 부정부패의 꼭짓점에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개인이 가진 자질과 능력보다 박근혜가 풍기는 다소 신비하고, 고고하고, 비극적인 역사적 아우라(Aura)가 큰 역할을 하였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자 한 가장 큰, 그리고 어쩌면 가장 유일한(?) 목표는 “왜곡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역사에서 제대로 평가받게 하는 것”이었다. 청와대에서 젊은 시절 18년간을 영애(令愛)라고 불린 공주로서, 4년간을 영부인을 대리하며 권력의 실체를 체험하고 누리며 살아온 박근혜에게, 청와대는 다시 돌아가야 할 고향이자 자기 집이며, 대통령 자리는 다시 양위(讓位)받아야 할 왕좌(王座)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는 동물적 권력추구만을 해 왔고, 국정원의 선거개입, 댓글조작에도 당당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박근혜와 적극적으로 결탁한 세력이 수구보수세력이었고, 6~70년대 개발독재의 향수에 젖은 노년층 이었으며, 상대적 개혁성보다 썩은 안정을 택한 다수의 중산층이며, 지역적 주도권을 놓고 싶지 않은 대구경북을 위시한 경상․충청․강원 등 비호남 지역의 지역야합이었고, 자신의 권력과 재부를 포기할 수 없는 재벌과 독점자본, 그리고, 기득권을 놓칠 수 없는 친일세력의 후손들이었다. 이렇게 한국 사회에 부패하고 눅진 음습한 세력들이 똘똘 뭉쳐 만들어 낸 보수의 아바타(Avatar)가 바로 대통령 박근혜인 것이다. 박근혜는 이러한 세력에 둘러싸여 현실파악 능력도 현실돌파 능력도 제로(Zero)에 가까운 박정희라는 과거에 포박된 꼭두각시 인형이었던 셈이다.

 

단군이래 최대 규모, 최대권력을 이용한 부정부패는 박근혜가 대통령 권좌에서 2개의 편대를 활용하여 불꽃축제를 벌인 셈이었다. 박근혜를 정점으로 수직 계열화된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민정수석, 각 행정부서 등 공적라인을 한 편으로 하고, 박근혜-최순실을 꼭짓점으로, 장시호, 차은택, 고영태가 행동대장으로 나선 비선라인이 또 다른 편대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 불꽃축제의 끝은 어디일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사태의 끝은 어디일까

 

이 사태의 끝은 어디일까. 일반적으로, 보수라 하면 안보와 가정을 중시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하여 사드 배치는 록히드마틴사와 연관되어 있으며, 각종의 방산비리까지 최순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하다못해 그 유명한 로비리스트 린다김조차도 몇 해 전 최순실의 위험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스포츠, 체육, 승마, 문화의 비리와 일탈에 그치지 않고, 영종도 카지노 주식, 재건축을 둘러싼 커미션 요구는 차라리 소소하여 애교에 가깝다. 개성공단 폐쇄, 위안부 졸속협상, 국정교과서, 세월호까지 최순실의 개입은 상상 그 이상인 것이다. 외교, 국방, 경제, 정치 등 정․관․재계에 걸친 전(全)방위적 부정부패사슬로 ‘해먹기’ 행태는 멈출 길이 없었던 것이다. 언론에서는, ‘비리’(非理)라고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국정 ‘부정부패’(不正腐敗)인 것이다.

 

이미 외국 언론에서 박근혜는 가십(gossip)과 조롱거리로 전락하였다. 국격은 이미 무시당했고, 국가는 정체성이 사라져 버렸고, 국정은 위태롭기 짝이 없고, 정부는 불신을 당한지 오래이다. 이미 정부의 영(令)이 서지 않았고, 갈대보다 더 빨리 바람에 민감한 공무원들은 복지부동(伏地不動)의 얼 차례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주한 외국대사관 관계자들은 이미 박근혜의 자격 변동에 따른 대책마련 및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세계적 정치·경제 환경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다가오는 12월에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잡혀 있고, 당장 11월 19~20일에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있다. 외국과 북한 김정은에게 조차 조소와 조롱을 박근혜와 한 묶음으로 당해야 하는 5천만 서민대중은 참담하고 치욕스러울 따름이다.

 

시중에 운위되는 박-최 게이트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은 수치로 계량화하기 힘들 정도로 천문학적이다. 정의당 부설 미래정치센터는 “박-최 게이트와 직간접적으로 결부된 사례로 대기업과 거래, 무기사업, 개성공단, 평창올림픽, 영종도 카지노, 대우조선해양 문제 등을 꼽았다. 이들 사례를 분석한 결과 경제 규모는 56조2188억 원에 이르며 사적 취득은 2170억 원, 국민 피해액은 35조7731억 원”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최게이트 정국에서 민중탄핵으로 헌정을 새롭게 세워내야

 

박근혜는 2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모든 것이 거짓이고 기만이었음을 오늘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성명서의 기억이 흐릿해지기도 전에 자신이 한 말조차도 자꾸 바꾸어 가며, 검찰조사를 회피하고, 2선 후퇴조차 부정하며, 국정운영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망조란 말인가.

 

박근혜나 친박세력은 거국내각이나 2선후퇴시 국정이 중단된다며 어떻게 하든 임기까지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고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법을 어기고 부패의 꼭짓점인 이 상황이 헌정중단사태가 아니면 무엇이 헌정중단사태인가.

 

지난 11월 12일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백만 시민의 촛불이 타올랐다. 1960년의 4·19혁명, 1987년 6월 항쟁과 7·8·9 노동자 대투쟁, 2008년 광우병 촛불 그리고 2016년 11월의 촛불은 서민대중이 우리사회를 바로세우기 위한 역사의 대장정에 맥(脈)을 같이 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즉발적인 분노와 의협심만으로 들고 나선 촛불은 제도권 보수야당을 강화시켜주는 불쏘시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3차 행진이었던 11월 12일은 각 계층·계급이 자각을 통해 자기 이해를 명확하게 드러내며 정치적 의사를 분명하게 분출되는 계기점이 되었다.

 



 

 

 

보수정당중심의 대안은 보톡스 주사로 지배자의 얼굴만 바꿔내는 꼴

 

향후 정국의 진행과 대안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제 1안은 ‘거국내각 구성 및 박근혜 2선 후퇴’안(案)이다. 이 안은 박근혜의 명예롭고 안정적인 퇴각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철저히 보수 야당과 대선후보의 정치일정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야당은 촛불민심을 이용하여 2017 대선에서 손안대고 안심하고 권력을 이양 받으려고 하는 계략인 셈이다.

 

제 2안은 즉각적인 퇴진이다. 이 제안 역시나 퇴진이후 국회에서 합의된 국무총리를 세우고 내각을 구성하여 정국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같다. 1안과의 차이점은, 퇴진의 시기와 절차적인 문제일 뿐, 결국 부패의 쌍두마차였던 새누리당이 협상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제 3안은 탄핵이다. 그러나 이 탄핵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 이러한 과정에서 내년 대선시점까지 지체되어 실효가 약하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 모든 세 가지 안은, 협상의 한 축이 박-최 게이트의 파트너 새누리당이며, 철저히 보수야당들이 주도하는 권력교체 구도아래에서 운영되어야 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제도권 보수정당을 믿어서는 안된다. 그들에게는 현재의 부르주아적 헌정에 따른 집권 전략만 머릿속에 들어있다. 제도권 보수야당의 집권은 박근혜-새누리당 일파에 보톡스 주사를 맞혀 민주당, 국민의당으로 얼굴을 바꾸어 낸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결국, 촛불의 귀결은 기존 보수제도 정치권의 아가리에 그 성과를 먹이로 던져주는 것인가?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의 정신을 행동으로 계승해야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박근혜의 부친 박정희는, 서민대중의 힘으로 4·19 혁명을 이루어 내어 이승만을 쫓아내고 형성된 민주화의 공간을 5.16쿠데타로 헌정을 중단시켰다. 또, 박정희의 죽음으로 전두환의 5·17 쿠데타와 80년 광주항쟁의 비극이 있었다. 또한, 박근혜 역시나 집권당시에 국정원을 동원하여 불법 부정 집권하였고, 또한 현재에는 국정중단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국정중단이 아니라면 무엇이 국정중단일까. 헌정은, 당장 대한민국 법률의 준수를 중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보다 더 근본적인 대한민국의 국민의 안녕과 생명을 더 중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헌법위에 국민이 있고, 국민의 안정이 있는 것이며, 국민의 정서와 요구가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에는 80년 광주민중항쟁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있는 국민의 저항권을 언급하고 있다. 헌정이 중단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시민들이 강력한 힘으로 헌정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야 말로, 중단된 헌정을 올바로 연결하고 새로이 정의를 세우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대안으로 시민이 주체가 되는 민중탄핵을 제시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회복에 동의하는 제도권 야당의 일부, 시민운동세력, 노동운동을 비롯한 제민주단체들이 통괄하여 임시거국민중회의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당장 썩은 헌정을 중단시키고,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새로운 국가관리체계를 시스템화하는 작업을 주도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촛불로 일구어진 서민대중의 분노와 각성을 새로운 힘으로 모아내어 민중권력으로 새롭게 재편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비겁과 굴종을 끊고 새로운 새세상의 힘찬 한걸음을

 

시청과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거리에서, 내자동 로터리에서, 시위행렬을 가로막는 경찰의 철창버스를 앞에 두고 서민대중이 함께 부르는 애국가는 분노와 연대, 함성과 감격으로 드넓게 넘쳐흘렀다. 마치 장엄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명곡보다 더 감명 깊은 것이었다. 오늘 이 역사의 현장에서 모든 비겁과 굴종과 의심과 나약함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새세상을 맞이할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