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수출입 효과와 재협상을 다시 생각한다.
사설, 한미 FTA 수출입 효과와 재협상을 다시 생각한다.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17.12.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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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이후 미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하고 양국간 3차례(2017 6월, 9월, 11월) 정상 회담이후 한미 FTA 재협상(또는 폐기)이 공청회 개최 등등의 절차 단계에 까지 돌입했지만, 그 협상 주제로 전 품목과 조항이 재검토되는 전면 재협상 시나리오의 실제 전개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동원할 수 있는 실효 수단은 많지 않으므로 한미 FTA는 부분 조정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일반의 관측과 달리 자동차는 오히려 주요 대상이 아니며, 한국 측의 대미 수입 품목 중 FTA 관련 고관세 유지 품목(쌀, 쇠고기 등)이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측이 거꾸로 지목할 대한 수입급증 품목은 광학의료기기, 유기화학품, 항공기, 화공품 조제식료품, 무기류, 농산물 등 이다, 즉 이들 품목은 차라리 한국 측 세율 조정 요구가 더 명분있다. 미국측 주장과 달리 한미 FTA 효과 5년의 실적은 결과적으로 미국 측 유리로 작용하였으며, 이에 따르면 트럼프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는 명분을 상실한다. 즉 한국 측으로 보면, 심지어 폐기를 선언한다고 해도 불리하지 않다.

 

한미 FTA 재협상과 동반성장을 바란다면 미국의 요구가 과도함을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 측은 잘못 해석 여지가 높은 총량적 무역 실적이 아니라, 미국 측에 유리하게 전개된 지난 5년간 FTA 세부 운영실적을 제시할 것이며, 재협상이 전개된다면 그 추진 방식으로는 상호 원하는 품목 중심으로 최소 개방하는 반포괄적이고 제한적 FTA 방식을 권고한다.

 

결론적으로 주력 품목에서 한국 측은 추가 협상을 받고 양보하면서까지 한미 FTA를 존속시킬 경제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면 재협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정은 불필요하며, 설령 그렇게 전개되더라도 그를 수용하거나 동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 즉 대미 수출 상위(8대) 품목은 거의 영향받지 않는다. 2016년까지 한미 FTA 5년차 실적 평가에 따르면 자동차를 제외한 전기전자 철강 등의 상위 품목은 이미 무/저관세이거나 관세 장기(10년)유예이기 때문에 FTA와 무관하며, 마찬가지로 비관세장벽 분야에서도 각종 무역구제에 충분하게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의 무역구제는 기 한미 FTA 협정에서 처음부터 배제(무역구제 조치 남발에 대한 강제 조정 또는 규제는 전문 어디에도 없음)된 것으로 FTA와 관계없는 미국내법 상 적용대상의 확대문제일 뿐이다.

심지어 트럼프는 미 국익을 위해서라면 WTO 쟁의 조정조차도 수용할 수 없음을 시사한 바 있으므로 이를 한미 FTA 재협상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히 불필요한 일이다. 자동차를 포함해도 미국 은 불과 2.5%의 관세를 양허했을 뿐이며, 그것이 실제 적용된 2016년 대미 수출실적은 오히려 –22% 감소, 반면 미국의 대한 수출은 39%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미국 측으로 경사된 실적을 보인바 있다.

그러므로 이 단 몇 푼의 자동차 관세 양허 유지를 조건으로 재협상이 제시된다면 한국 측은 그를 응대하면서까지 FTA 형식을 유지할 경제적 이유가 거의 없다는 점이 상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오히려 재협상이 거론된다면 자동차 부문이 아니라 한국 측의 대미 수입 품목 중 FTA 관련 고관세 유지 품목(쌀 등)이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한국 측이 지목하게 될 대한 수입급증 품목은 광학의료기기(-23억달러), 유기화학품(-15억달러), 항공기(-15억달러), 화공품(-11억달러) 조제식료품(-46억달러), 무기류, 농산물(-38억달러) 등 이다, 즉 이들 품목은 차라리 한국 측 세율 조정 요구가 더 명분있다. 한미 FTA 효과의 명암이 이렇게 미국 측 유리로 작용한 실적이 증명하는 한, 트럼프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쪽으로 보면, 심지어 폐기를 선언한다고 해도 불리하지 않다.

한미 FTA 전면 재협상 시나리오의 실제 전개 가능성이 이렇게 취약하다면, 남는 과제는 FTA 재협상에 전전긍긍하기 보다는 차라리 FTA 역외분야, 즉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미국 통상법 흐름에 대한 대응 시스템 구축, 한미 FTA 부분 개정 가능성과 대상 품목 선정 및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실속형 대응 전략 마련 쪽으로 역량을 기울이는 편이 권장된다.

트럼프의 각종 보호무역주의는 품목상으로는 디지털 제품 등 4차 산업 관련(법률 등 각종 서비스, 지적재산권)과 자동차 철강 세탁기 등등 전통적인 일자리 관련 품목으로 이원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 품목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기도 하지만, 한미 FTA에서는 충분히 배제(이미 무/저관세)되거나 미국 측에 유리하게 강력 조정(자동차, 의약, 지적재산권 등)되어 재협상 대상이 되기란 오히려 쉽지 않다. 즉 재협상 품목으로 지정되어도 아쉬울 쪽은 오히려 미국이라는 것이다.

우려되는 바는 비관세장벽의 강화인 것이나, 비관세장벽은 이미 미국 측 이해가 FTA 협정문에 깊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역시 재협상의 복잡한 절차를 감내하면서까지 협상 주제로 소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협정문의 추가 개정 요구 가능 부문은 상대적으로 소소하지만 미국 측으로 보면 명분 있으며 구체적으로 유리할 수 있는 세부 영역이다. 예컨대 트럼프는 공정무역을 앞세워 원산지 규정, 의약특허연계제도, 국제노동기준, 법률 서비스 시장 추가개방(USTR NTE보고서 언급 부문)등을 요구할 수 있다.

물론 확대해서 부가세, 국경조정세, 농산물 수입쿼터 증가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한미 FTA 협상 당시 그나마 양보된 모든 조항이 모두 개정의 대상(양자 합의를 전제)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부가세나 국경조정세는 양국간 합의와 재협상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아예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세법개정, 즉 중대 비관세분야에 해당되기 때문에 FTA 개정 주제로는 적합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일부 분야에서 부분 개정 요구(특히 쌀과 쇠고기 개방 재요구)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한미 FTA 재협상을 강행할 만큼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동력은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측 무역대책 실속은 첫째 ‘한미 FTA 폐기도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기본 대응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며, 둘째 세탁기 철강과 같은 미국 통상법 확대, FTA 범주 밖의 비관세장벽 강화를 경계하고 이를 한국측 중점 협상주제로 소환하는 구체적인 협상 전략을 강구할 것이며, 셋째 한미 FTA 협정 당시 한국 측이 양보한 각종 독소 조항(ISD-투자자국가소송제 등)의 해지를 재협상 대응수단으로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한국 측이 가장 경계할 대상으로 한미 FTA는 최근의 국제 안보통상문제와 분리시켜야 하며 철저하게 경제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협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