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주혁 한라대 교수, 2020 올해를 빛낸 인물 대상 ‘학술-메카트로닉스공학(구조강도학)’ 부문 수상

- 빅3 조선사의 대박수주 행진과 한국 조선해양산업의 저력에 관한 기고

2021-01-04     이승현 기자
한라대학교

함주혁 한라대학교 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0회 2020 올해를 빛낸 인물 대상 시상식에서 ‘학술-메카트로닉스공학(구조강도학)’ 부문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다음은 함 교수의 기고문 전문이다.

 

최근인 12월 하순 한 경제신문에 조선사 빅3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연일 주당 조(兆)단위의 대박수주행진을 계속 벌이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 이전의 조선 산업 불황이 많이 종식된 느낌이 크다.

실은 바이킹 명성 해양대국 영국의 선박 발주나 건조물량이 점차 쇠퇴해 완전 바닥을 친 데 이어, 한국의 조선업이 영국의 제로 바톤을 이어받아 성장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일본의 경우 1970년대 한국의 국가적 뒷받침으로 조선 산업이 급속히 발전했고 한국보다 시작이 훨씬 빨랐으며 조선 관련 기술 개발과 건조 실적에서 세계 최고를 달렸지만, 한국은 그런 일본을 앞지르면서 건조와 수주 물량이 세계 1위가 된지 오래였다. 그러나 10년 전 쯤 조선 산업 경기가 후퇴하기 시작해 수주 물량이 바닥나고 큰 불황을 겪었다. 이 때 많은 종업원이 해고되고 중국의 싼 노동력에 근거한 일반 상선들의 수주가 중국에 밀리며 불황이 오래 지속됐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는 회복세로 수주 물량이 세계 1위를 되찾아 활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내막들은 관심 있는 관련 전문가들은 잘 알 수도 있겠으나, 일반인들은 한국 조선업의 울고 웃는 희비의 쌍곡선이 단순히 일반적인 세계 경기의 호황과 불황에 따라 변한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실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불황의 전초전은 약 10년 전쯤 실제 미국의 세일 석유 개발을 그 주요 원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한국이 급성장하는 중국보다 꾸준한 경쟁력을 갖고 조선 산업 세계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액화천연가스운반선인 LNG선 혹은 해저의 오일을 해상에서 채굴하는 드릴선 등과 같이 높은 건조 기술력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선박들의 건조기술력 확보 및 관련 선박의 수주가 불가피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한국이 해저의 석유를 개발하기 위해 해저 석유를 채굴할 드릴선박들의 수주를 남미 등 세계 각국에서 많이 한 상태로 유가 폭락의 사태가 발생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사건은 미국이 국내 세일가스를 개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자체 생산해낼 수 있게 돼 결국 1갤론 당 100달러 이상의 유가가 50달러 이하로 폭락하고 해저 석유 개발의 필요성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미 수주 받은 수십 척의 드릴선 건조도 취소돼 대한민국이 수주한 수십조의 드릴선 물량이 취소, 해약됐고 이것이 조선업 침체의 발단이라 볼 수 있다.

한국 조선업의 재 호황 기회는 LNG선박 수요의 급증으로 시작됐다. 그 이유는 세일가스 개발 전인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중동지역에 비해 미미한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 중동이 석유생산 세계 1위였고 각 나라에서 장기적인 오일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대단했는데, 오일을 팔면서 잘 팔리지 않는 LNG가스를 끼워서 팔았고, 매수 후 다시 타국으로의 LNG 재판매를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처음에는 LNG선박의 수요는 증가했으나 항로가 제한적이어서 LNG 선박이 많이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미국이 점점 세일가스 및 오일 생산 세계 1위에 오르자 미국이 이전의 세계 1위 중동지역의 오일을 무기로 했던 LNG 재판매 규율에 대해 횡포라며 무시해버렸고, 그로 인해 LNG 선박의 항로가 자유로워져 갑자기 수많은 항로가 필요하게 됐다. 이렇게 급증하는 LNG 선박 수요가 생긴 상황에 한국 만한 LNG 선박 건조 기술력이 축적된 곳이 없었기에 이후 한국은 엄청난 LNG선 수주를 거의 독식하며 수십조의 혜택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편 고부가가치선에는 드릴선 외에도 석유시추선 등이 있으나 그 중에는 천연가스운반선인 LNG운반선이 있다. 이 역시 피나는 노력 끝에 한국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최고 수준의 높은 기술력을 확보한 것이며, 필자 역시 대학에 적을 두기 전 대기업 연구소에서 LNG선박 건조에 필요한 다양한 강도해석들을 통해 선박건조와 운항을 위한 구조안전성 검토에 많은 기여와 기술 축적을 했다.

작년인가 카타르와 한국과의 아시안 컵 축구 결승전에서 한국이 패해 온 국민이 매우 아쉬워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그 당시 카타르가 LNG가스로 세계적인 수출국이라 수십 척의 LNG선박이 긴급히 필요한 걸 잘 알고 있었고, 대부분 한국으로 그 물량이 올 것을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국민들과 달리 적시에 잘 패해줬다는 느낌이 매우 컸고, 대한민국으로의 많은 수주가 더 확실시되는 느낌이 들어 혼자 흐뭇함을 감출 수 없었다.

국제관계, 경제, 사회 등 거의 모든 상황이 좋지 않고 ‘코로나19’가 극심해지기까지 한 이 흉흉한 분위기에 대한민국의 조선사 빅3가 연일 주당 조(兆) 단위의 대박수주행진을 계속 벌이고 있다는 단비 뉴스를 보며 조그만 위로가 된다. 또 짧은 기간 한국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데 기여한 한국 조선해양산업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큰 파도 속에서도 어려움을 딛고 다시 또 재도약하고 있어, 대한민국 조선해양산업의 큰 저력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2020년 12월 하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