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 자극하는 매캐한 시골냄새에 잠이 깨고…
코끝 자극하는 매캐한 시골냄새에 잠이 깨고…
  • 승인 2008.02.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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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연재> 고홍석 교수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9일째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여 잠을 깼습니다. 아마 주방에서 나무를 태우는 냄새인 듯싶습니다. 시골에서나 맡을 수 있는 정겨운 냄새입니다. 냄새로 잠을 깼다는 것은 감기 기운이 낫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목이 잠겨 있었는데 내려오면서 감기약을 복용하고 옷을 따뜻하게 입고 땀을 흘렸더니 신기하게도 감기가 뚝 떨어졌습니다. 그깟 감기쯤이야 노인네들이나 걸리는 병이지 안나푸르나를 만나서 새로 태어났으니 감기가 미리 알고 저 멀리 도망갔을 것입니다.

네팔의 롯지는 우리나라 지리산이나 설악산 국립공원의 대피소와 비교할 때, 외양은 못하지만 실제는 훨씬 낫습니다. 이곳 롯지는 돌이나 벽돌로 엉성하게 쌓았고 방 칸막이는 얇은 판자로 되어 있어서 옆방의 소리와 빛이 그 틈새로 새어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방에 침대가 두개 내지는 세개 있으니 침낭 속에 들어가면 편안합니다. 연하천이나 장터목에서 칼잠을 자던 것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피소의 화장실은 암모니아 가스로 눈을 뜨지 못할 지경인데 반하여 이곳은 시설은 낙후되어 있어도 깨끗합니다. 그리고 샤워 시설이 있거나 샤워 시설이 없는 곳은 물을 데워서라도 몸을 씻을 수 있으니 이 또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지난 여름에 일본 남알프스 산장에서 불편한 잠자리와 형편 없었던 음식을 생각하면 이곳 롯지는 거의 호텔 수준입니다.


▲  트레킹 내내 수염을 깎지 않고 면도로부터 자유를 획득한 쉼표

트레킹을 시작하면서 수염을 깎지 않았습니다. 매일 수염을 깎는 것으로부터의 해방을 시도한 것입니다. 머리가 반백(사실 흰 머리칼이 50%는 넘으니 반백이라는 표현은 에누리한 것)이라서 그런지 수염도 흰 수염이 많아 보입니다. 수염을 깎지 않는 것이 얼마나 편한 일인지…. 약간 나이는 들어보여도 나만 편하면 그만인데, 문명사회에서는 사는 것도 주변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예 이참에 수염을 길러버릴까 하는 유혹이 있었으나 결국 카트만두 호텔에서 수염을 밀고 말았습니다. 문명사회(이 사회에도 수염을 기른 사람이 많지만)로의 귀환에서 지켜야 할 법칙일 것 같았습니다.


▲  수줍은 마을 아이들(오른쪽 계단위)

오늘은 처음 출발하였던 산행 기점인 나야풀까지 걸어야 합니다. 점차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또 다시 소, 말, 양 똥들의 지뢰밭을 지나야 합니다. 우마차가 수송 수단이던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광주 충장로(가장 번화가임에도 불구하고)에도 소똥과 말똥이 밟혔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소똥을 밟으면 걸음이 늦어지고, 말똥을 밟으면 걸음이 빨라진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문이 돌아서, 가급적이면 우리들은 소똥은 밟지 않으려고 애쓰고 다녔습니다. 걸음이 늦어지는 것은 학교에 지각을 하게 되고, 지각하면 주번(정문에 상급생이 주번이라는 완장을 차고 지각생들을 혼내 주곤 하였다)에게 벌을 받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 때가 50년대 후반이었으니, 이곳의 형편이 우리와 비교하면 거의 반세기 정도의 시간 차이를 느낍니다.


▲  여기까지도 뒤따라온 안나푸르나 남벽

계속 입어온 등산복에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땀 냄새가 역겹습니다. 욕조에 더운 물을 채우고 몸을 담고 싶습니다. 등산 배낭에서도 땀 냄새가 풀풀 날립니다. 우리들은 그래도 이삼일에 한번쯤 옷을 갈아 입었으나 카메라 배낭 포터는 처음 출발할 때 입었던 상의를 그대로 입으니 카메라 배낭에서는 거의 썩은 냄새가 납니다. 냄새가 역겨워서 조금 떨어져서 따라오면 좋으련만, 제깐에는 최선을 다한다고 내 걸음에 보조를 맞추어 거의 그림자처럼 쫓아 다닙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좀 떨어지라고 할 수도 없고, 설사 말이 통한다 한들 떨어져서 다니라고 하면 자신의 최선을 인정해주지 않는 꼴이 되니 그저 바람 방향만을 잘 고려해서 냄새가 날아오는 것을 피하면서 참고 견딜 수밖에 없습니다.




▲  포카라 호텔에서 저녁 노을

나야풀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는데 마오이스트들이 입장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체류 날짜를 셈하여 1일 100루피(약 1,500원 정도)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 일행들은 네팔인과 닮은 경상대 정교수가 앞장서서 줄지어 빠져 나왔더니 운 좋게(?) 통과하였습니다.



냐야풀에서 버스를 타고 포카라까지 나와서 호텔에 몸을 풀었습니다. 카트만두의 호텔과는 달리 이 호텔은 시설도 전망도 일품입니다. 호텔 베란다에서 안나푸르나 연봉들이 보여서 삼각대를 설치하고 해지는 노을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식사는 한국식당 <뚝배기>에서 삽겹살 파티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더운 물로 샤워를 하니 트레킹 여정이 끝나갑니다. 안나푸르나 당신은 내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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