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전쟁 주범의 아들인 일왕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문 의장“전쟁 주범의 아들인 일왕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 김경수 기자
  • 승인 2019.02.12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교부, '일왕 사죄' 문희상 발언 "진정성 촉구 취지 이해"

문의장 측에 철회 권고 등 계획 없음 시사
문희상 국회의장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위치한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있다.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 "당당함을 갖고 미래를 개척해 가면서 통일조국이 된다는 희망 속에서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 제공
문희상 국회의장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위치한 워터게이트 호텔에서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있다.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 "당당함을 갖고 미래를 개척해 가면서 통일조국이 된다는 희망 속에서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 제공

 

“전쟁 주범의 아들인 일왕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블룸버그 인터뷰 내용에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국관계가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문 의장은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을 전쟁 범죄 주범의 아들이라고 칭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의 한마디면 된다. 고령 위안부의 손을 잡고 진정으로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후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전날 방문 중인 미국에서 기자들에게 일왕을 전쟁 범죄 주범의 아들이라고 칭한 것에 대해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지도자의 진정 어린 사과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위로의 말을 하면 할머니들의 한과 응어리가 풀릴 것이라는 말은 전에도 여러번 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12일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 '외교적 협의'를 재요청해온 데 대해 "면밀히 검토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일본 측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별도의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노규덕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협의 요청에 응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노 대변인은 한국이 일본 정부에 일반적인 외교채널을 통한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답변을 발송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일반적 외교채널을 통한 협의는 여태까지 진행돼왔다"며 "언제든지 또 진행될 수 있는 그런 협의"라고 말했다.

통상적 외교채널을 통한 협의는 항상 열려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NHK·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첫 협의 요청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한국 측으로부터 응답이 없어" 이날 오전 김경한 주일한국대사관 차석공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정부간 협의를 재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들의 국내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가 시작되자 지난달 9일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정부 간 협의'를 한국 측에 요청하면서 이달 8일까지를 답변 시한으로 정한 바 있다. 다만 우리측은 청구권 협정에 시한은 명시되어있지 않은만큼 일본이 일방적으로 정한 시한에는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 아키히토 일왕의 사죄를 요구한 문 의장의 지난 8일 블룸버그 인터뷰 발언과 관련해서도 "일본 측이 외교경로를 통해 유감 의사를 전달해온 바 있다"고 확인했지만, 문 의장 측에 발언 철회 권고 등의 계획은 시야에 넣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는 문 의장의 해당 발언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존엄 및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중심 접근에 따라 일 측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의 언급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의장 측에 발언에 대한 별도의 사과나 철회를 권고할 계획은 없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이미 저희의 입장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