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형제', 장애를 장애로 보지 않는 것
'나의 특별한 형제', 장애를 장애로 보지 않는 것
  • 공지현 기자
  • 승인 2019.04.3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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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컷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 컷

신하균 이광수 주연의 '나의 특별한 형제'는 장애를 다뤘다는 점에서 얼핏 조승우 주연의 '말아톤'(2005)을 떠올리게 한다. 두 남자의 우정을 다룬 점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레인맨'(1988)과도 비슷한 구도를 취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지금까지 나온 비슷한 류 영화와 구분되는 분명한 '관점'이 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비교하며 장애의 특수한 면을 강조하지 않는 대신 서로가 서로의 빈곳을 채워주는 두 주인공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밝고 따뜻한 휴먼 드라마를 완성하는 데 주력한 점이다.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나의 특별한 형제'는 담백한 연출과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좋은 드라마였다. 초반부터 끈끈하게 쌓아온 두 남자의 감정선이 후반부 깊고 뭉클한 울림으로 준다. 특별히 과장된 전개 없이 감동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20년 가까이 쌓인 두 남자의 관계를 디테일하고도 효율적으로 압축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의 초반과 후반에 나오는, 두 사람을 하나로 엮어준 특별한 사건은 먹먹한 잔상을 남긴다. 

영화는 1998년 '책임의 집'에 맡겨지는 지체 장애인 청소년 세하(신하균 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박신부는 세하에게 "사람은 누구나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갈 책임이 있다"면서 '책임의 집'의 의미를 설명해준다. 

세하는 또래보다 영특한 아이지만, 목 아래부터는 신경이 마비돼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책임의 집 원장 박신부(권해효 분)와 역시 가족에게 버림받고 혼자인 지적 장애인 동구(이광수 분)가 가족처럼 다가온다. 

동구는 세하의 손발이 돼주고, 세하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동구에게 든든한 정신적 버팀목이자 보호자가 돼준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두 사람은 여전히 함께지만 박신부가 세상을 떠난 후 '책임의 집'이 폐쇄되면서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자립을 택한 세하는 수영을 잘하는 동구를 수영대회에 내보내 상금을 얻으려 하고, 수영장에서 만난 취준생 미현(이솜 분)에게 코치를 부탁한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휴먼 코미디'를 내세운 만큼 웃음과 감동이 있다. 종종 영화 속에서는 특수한 두 사람의 상황을 이용한 유머가 발생하는데, 장애인의 삶을 관찰하며 불편하지 않지만 공감되는 웃음을 만들려고 한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세하와 그런 그를 대신해 립싱크로 주문을 하는 동구의 모습이 담긴 신이라든가 함께 라면을 먹는 신 등이 그렇다. 이런 코미디를 통해 두 주인공의 일상은 '장애인의 불편한 삶'이 아닌, 아픔이 있지만 웃음과 행복 역시 존재하는 '평범한 삶'으로 표현된다. 장애를 장애로 보지 않는 따뜻한 관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두 형제를 연기한 신하균과 이광수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영화를 이끈다. 특히 예능 이미지가 더 강한 이광수는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동구의 캐릭터를 그럴듯하게 연기해내면서 배우로서의 아우라도 한 겹 더 쌓아올렸다. 관객들의 시점을 대변하는 이솜은 좌절하지만 힘을 내 살아가는 취준생 미현을 연기했다. 미현은 캔 음식을 하도 먹어 따는 소리만 들어도 어떤 캔인지 알아맞힐 수 있는 신통한 재주를 가진 평범한 20대 청년인데, 그런 미현과 세하, 동구가 친구가 돼가는 구도 역시 한없이 따뜻하다. 오는 5월 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