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의 녹색혁명(綠色革命)
칼럼 한국의 녹색혁명(綠色革命)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20.06.05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한국직파농업협회 김제규 이사장
(사)한국직파농업협회 김제규 이사장
(사)한국직파농업협회 김제규 이사장

 

금년 초부터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발생으로 국민생활의 많은 변화와 식량자급에 대한 우려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약 23%로 OECD 국가 중에 최하위 수준이다. 쌀을 제외하면 곡물자급률이 3.1%에 불과하여 국제적인 곡물위기가 발생하면 식량안보에 매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이러한 시점에서 1970년대의 녹색혁명을 통하여 우리가 어떻게 식량을 자급하였는지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개발도상국은 제 2차 세계대전 후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심각한 식량부족 상황에 봉착하였고, 이는 경제발전에 최대의 장해요인이 되었다. 1960~70년대 인류의 주요 식량인 밀과 쌀의 획기적인 다수성 품종 및 재배기술의 개발·보급으로 생산량을 많이 증가시켜 기아극복에 크게 기여하였는데, 이를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이라 한다.

녹색혁명의 3대 성공사례는 첫째, 국제밀옥수수연구소(CIMMYT, 멕시코 소재)의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 박사가 다수성 밀인 “소로라64”를 개발(1964년)해서 중남미지역에 전파하여 밀 생산량을 크게 증가시켰으며, 그 공로로 1972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둘째는, 국제벼연구소(IRRI, 필리핀 소재)의 비첼(Beachell) 박사가 키가 작고 다수성 벼인 “IR8”을 개발(1966년)해서 아시아지역에 전파하여 쌀 생산량을 크게 증가시켰다.

셋째는, 한국의 농촌진흥청(RDA)이 국제벼연구소와 협력해서 인디카벼(인도형벼)와 자포니카벼(일반형벼)를 교배하여 키가 작고 직립다수성인 “통일”벼를 개발(1971)해서 농가에 확대·보급하여, 1976년에는 우리나라의 쌀 자급(103%)을 달성하였으며, 이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통일”벼의 초형(草型)은 키가 작고 직립형으로 광합성 능력이 높고, 비료를 많이 주어도 벼가 잘 쓰러지지 않았으며, 병해충에 강하고, 쌀 수량이 매우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통일”벼는 저온에 약하고, 찰기가 적어 밥맛이 자포니카벼보다 낮은 단점도 가지고 있었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통일”벼의 단점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25개 통일형품종을 개발하여 농가에 지속적으로 보급하였다. 농촌진흥청은 1980년경부터 수량이 높고 밥맛이 좋은 개량 자포니카벼를 개발하여 농가에 보급하였으며, 그 결과 1994년부터 통일벼는 농가포장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며, 현재는 모두 자포니카벼만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인구가 크게 증가하였으며, 6.25 전쟁 이후 식량의 절대 부족으로 미국 등 선진국과 국제기구의 원조에 의지하였다. “통일”벼가 개발된 1971년에는 쌀 생산량이 3,998천 톤으로 쌀 자급률이 83%에 불과하여 외국으로부터 많은 쌀을 수입하였으나, 통일벼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보급된 1976년에는 5,215천 톤을 생산하여 쌀을 자급(103%)함으로써 외국으로부터 쌀을 수입하는 외화를 크게 절약하였다. 1971년의 우리나라 곡물수입액은 206백만 달러로, 이는 총 수출액의 19.3%로 막대한 외화를 식량수입에 지출하였다. 통일벼가 개발된 1971년의 1인당 국민소득은 301달러이었으나, 통일벼로 대풍을 이룬 1977년에는 1,051달러가 되었는데, 이 때부터 1인당 국민소득은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이는 곡물 수입에 지출하였던 막대한 예산을 공업화와 경제 발전에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벼 품종의 수량성 증가 (쌀, 톤/ha)
우리나라 벼 품종의 수량성 증가 (쌀, 톤/ha)

 

우리나라가 쌀의 자급 즉 녹색혁명을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은, ① 다수성인 통일형 품종 및 생산기술의 개발(R&D), ② 이들 기술의 신속한 농가 보급 확대(Extension), 그리고 ③ 정부의 식량증산을 위한 적극적인 제도적·정책적 지원(Police)의 3박자가 조화롭게 잘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에 교육과학기술부는 우리나라 국가 R&D 반세기 우수성과 10대 과제를 선정하면서, 농촌진흥청의 “통일”벼 개발을 첫 번째 성과로 선정하여 “통일”벼의 국가발전 기여도를 인정하였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녹색혁명의 성과 및 파급효과는 ① 쌀뿐만 아니라 원예 등 다른 농업분야의 기술혁신을 선도하였고, ② 농가소득 증대, 농촌인구의 도시진출 등 사회적 변화를 유도하였으며, ③ 쌀 자급에 따른 막대한 외화지출 절감으로 공업화와 경제성장 발전의 토대가 되었으며, ④ 비닐, 비료, 농약, 농기계 등 관련 산업의 동반성장을 선도하였다. 우리나라의 녹색혁명은 농업·농촌의 획기적인 발전과 더불어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고 평가된다.

위와 같이 녹색혁명을 통한 식량자급 달성을 거울삼아서, 코로라19로 다가올지도 모를 식량안보 문제를 우리가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성 명 : 김 제 규

 

□ 학 력 : 국립필리핀대학교(UPLB) 농학박사

□ 주요 경력

-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2018~2019년)

- 전남대/한경대 초빙교수 (2010~2014년)

- (사)한국직파농업협회 이사장 (2017년~ )

- (사)백촌한국학연구원 이사 (2018년~ )

□ 수상 경력

- UPLB 박사학위 최우수논문상 (1989)

- 한국작물학회 연구상 (1994)

- 대통령 근정포장(2001) 및 표창장(2013)

□ 학회 활동

- 한국작물학회 회장 (2013년)

- 한국국제농업개발학회 회장 (2007~200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