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립
[칼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립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22.04.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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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졌을 때 난 러시아를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확대 정책이 근본 원인 하나라고 썼다. 3주가 흐른 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중립국화하는 방안을 놓고 휴전협상을 벌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스웨덴이나 오스트리아처럼 중립국이 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중립화하지 않고서는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여기서 ‘중립’은 전쟁 중 어느 쪽에도 가담하거나 지원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중립국의 기본은 어느 나라에도 군사기지나 군사물자를 제공하지 않고, 어떤 국가와도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 것이다. 앞에서 스웨덴은 일시 중립국이고 오스트리아는 영구 중립국이다. 북한도 중립화를 추구한다.

 

남한에서는 1960년 4월혁명 직후 혁신정당과 사회단체, 언론인과 문인들을 중심으로 중립화 통일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널리 알려진 시인 김수영과 신동엽, 소설가 최인훈과 박경리의 작품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침 1990년대부터 중립화에 관해 연구하고 운동해온 원로학자가 중립과 중화에 관한 책을 지난달 펴냈다. 강종일, ≪중화≫ (원더북스, 2022). 지금까지 중립화에 관한 연구서와 자료집을 여러 권 출간했는데 이번엔 중립화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중화 (中和)에 관해 썼다. 중화와 중립의 상관성, 중립의 의미와 중립국 현황 등을 간략하게 담고 있는 150쪽 소책자다.

 

저자 강종일 선생은 80대 중반으로 내 ‘영원한 후배’다. 국적은 바꿔도 학적은 못 바꾼다는 말에 따라. 1993년 초 하와이대학교대학원 한인유학생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50대 후반 아저씨가 정치학과 박사과정에 등록했다며 날 찾아왔다. 신문기자와 외교관을 거쳐 당시 3대재벌이던 대우그룹 이사를 지내기도 했는데, 석사학위 두 개 갖고도 공부 더 하고 싶어 박사과정에 정식으로 입학했단다. 나이 40을 눈앞에 둔 늙은 유학생이 18년 더 늙은 후배 유학생을 맞게 된 것이다. 한국인 유학생이 10여명 있던 정치학과 학생회장을 맡으라고 부탁해봤다. 꼰대 노릇하지 말고 유학생활 제대로 해보라는 뜻에서. 주저없이 그러겠노라고 했다. 화끈했다. 난 유학생 전체 회장이고 그는 한 학과 대표였으니 ‘후배’에 ‘부하’까지 된 셈이랄까.

 

고종의 영세중립 정책을 포함해 구한 말 한미관계를 다룬 박사학위 논문을 끝내고, 몇 군데 대학에서 강의하다, 1999년 <한반도중립화 연구소>를 세우고 <한반도중립화 통일협의회>를 만들어 이끌어왔다. 2000년 요한 갈퉁의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를 나와 함께 번역 출판했다. 2001년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은 가능한가≫라는 책을 나와 같이 편집해 출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