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1개사 ‘재생에너지 조달현황 및 제도에 대한 기업의 인식’ 설문조사 보고서 발간
국내 61개사 ‘재생에너지 조달현황 및 제도에 대한 기업의 인식’ 설문조사 보고서 발간
  • 이승현 기자
  • 승인 2022.07.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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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전력부문 탈탄소계획(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제공 ⓒWWF)
G7 전력부문 탈탄소계획 ⓒWWF

국내 기업들의 원활한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UNGC Network Korea),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WWF-Korea),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CDP한국위원회)이 2020년 공동 발족한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CorporateRenewableEnergyInitiative,CoREi)’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선언하고 그에 따른 목표를 이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대기업인 삼성전자, SK텔레콤, KB금융그룹 등을 포함해 국내 40여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CoREi가 최근 국내기업 및 국내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협력사 6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생에너지 조달 현황 및 제도에 대한 기업의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RE100 가입 기업 증가, 글로벌 환경 규제, 투자사·협력사·고객사로부터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등으로 재생에너지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으나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설문조사 배경>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5월 30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력에서 제출받은 ‘전력 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 판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09TWh로 전력 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의 연간 산업용 전력 사용이 최근 5년 동안 100TWh를 상회한 것을 미루어 봤을 때 새롭게 정립된 RE100및 탄소중립 환경에 대응하기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2021년 발표된 RE100이행 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에 CDP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공시한 국내 RE100 참여기업의 총 전력사용량은 미국·중국·영국에 이어 4위에 달했지만, 이들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비율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중국·영국의 RE100 참여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비율이 각각 79%, 40%, 95%에 달한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이다.

이에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CoREi)는 본 설문조사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활용 현황과 재생에너지 조달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요인들을 조사하고, 이러한 조달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자 했다.

<설문조사 결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내 기업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기업의 98%는 RE100 참여 및 재생에너지 조달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응답 기업의 94%는 RE100 참여 및 재생에너지의 활용이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매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41%, ‘다소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53%, ‘보통이다’ 4%,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2%,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0%).

재생에너지 활용은 미래 시장에서 기업 경쟁력 확보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사안이라는 합의가 기업간에 이미 형성되어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약 60%의 응답기업들은 현재 재생에너지 조달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으며, 효율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4%에 불과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조달 제도가 개선돼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조달 장애물 중 개선이 가장 시급한 요소의 우선순위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들은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 확대(38%)에 이어 재생에너지 가격 현실화(24%),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21%) 및 경영진 인식 개선(16%)을 꼽았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 선택 시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으며(38%),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정여부(26%),조달 방법의 편의성(19%), 공급 물량(8%), 정부 지원금 유무(4%)가 뒤를 이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적 리스크에 대한 부담으로 재생에너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타 의견으로 “재생에너지 가격현실화로 가는 첫 걸음은 전폭적인 정부의 제도 지원”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재생에너지를 원활하게 공급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를 지속적으로 낮추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한편 39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가 설문조사에 응답한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수요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며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은 추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진단돼, 재생에너지 가격 현실화를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데 큰 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기후 변화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변화를 고려했을 때 미래 재생에너지 조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95%에 달했다(‘크게 늘어날 것이다’ 56%,‘늘어날 것이다’ 39%, ‘비슷한 수준이 유지될 것이다’ 0%, ‘줄어들 것이다’ 0%, ‘크게 줄어들 것이다’ 5%).

이어서 응답 기업의 98%는 현재 재생에너지 공급이 부족하다고 답했으며, 94%는 미래 재생에너지 공급 또한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응답 기업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가격 측면에서 국내 기업이 해외수준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해 필요한 2030년 국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목표 조정치의 평균값은 43%로, 현재 대한민국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목표인 30%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이미 세계적 대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전 세계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10년간(2010~2020년) 20%에서 29%까지 늘어났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세계에서 새로 도입한 발전설비 중 81%가 재생에너지였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26년까지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 용량 증가분의 약 9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전 세계 전력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 7위 국가인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1년 기준 7.5%로, 글로벌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법과 제도를 통한 온실가스 관련 규제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및 투자기관이 RE100 등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노력을 주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고, 주요 다국적 기업 또한 협력사에게 RE100 참여를 적극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조달은 이미 한국 기업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2021년 KDI 공공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시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의 수출액이 각각 15%, 31%, 40%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해, RE100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주요 수출 산업의 경쟁력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본 설문조사의 분석결과는 △탄소중립 이행의 첫걸음인 재생에너지를 합리적인 가격에 충분히 조달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재편되는 환경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정부의 재생에너지 조달 정책 및 목표가 수립돼야 함을 시사한다.

정부가 앞장서 재생에너지 공급 및 발전 비중목표 확대 비전을 제시하고 거래 방식을 더욱 다양화해 RE100의 원활한 이행 및 리스크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CoREi는 이와 관련해 재생에너지 조달 활성화 정책의 시급성을 토로하는 기업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서한을 정부 측에 전달할 예정이며, 현행 제도 하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7월 중 공개할 예정이다. 향후 보다 구체적인 제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일환으로 정부 간담회, 실무 워크샵 및 세미나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