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월호유가족 사찰’ 진실과 책임 규명한 서울지법 판결 환영
[논평] ‘세월호유가족 사찰’ 진실과 책임 규명한 서울지법 판결 환영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22.11.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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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유가족 사찰’ 등 기무사가 자행한 국가범죄의 진실과 책임을 규명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1.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2. 10. 25. 전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참모장 김대열과 정보융합실장 지영관(이하 ‘피고인들’)의 세월호유가족 사찰 등 범죄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각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0. 25. 선고 2019고합17,302(병합) 판결, 이하 ‘이 사건 판결’). 이 사건 판결은 약 3년 10개월간의 심리 끝에 내려진 것으로, 지금까지 기무사 간부들에게 내려진 판결 중에서는 가장 높은 형을 선고했다.

 

2. 이 사건 판결은 먼저 기무사가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자행했던 국가범죄의 진실을 명확하게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기무사가 당시 청와대의 이해관계에 부응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을 사찰하였으며,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촛불집회 등을 ‘북한 및 종북세 동향’으로 보고 맞불집회 조직을 목적으로 관련 정보를 보수단체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대통령, 정부, 사드배치 등의 지지여론의 조성을 위한 첩보,  사용불명의 자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나아가 법원은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범죄행위가 전 국군기무사령관 이재수와 조현천의 지시 등 조직적 관여와 함께 정권 비판세력의 탄압 정치관여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인정했다. 즉 피고인들의 범죄행위가 단순한 개인 차원에서의 범죄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국가범죄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3. 피고인들에게 내려진 징역 2년의 실형 선고는 피해자 입장에서 여전히 불충분한 형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에게 지금까지 이루어진 판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 판결은 의미가 있다. 가해자들에게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은 세월호유가족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서 가지는 권리의 내용이자 국가의 의무이다. 따라서 법원이 피고인들이 헌법 제5조 제2항이 규정하는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점, 정치관여를 하였다는 점, 국민들의 기본권을 직접 위협하였던 것인 점을 지적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한 처벌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다만, 법원이 피고인들이 군을 전역하여 재범의 위험이나 우려가 없다는 점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한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군 간부들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통상 전역하게 되는 사정에 비추어볼 때, 군 가부들의 책임을 지나치게 감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나아가 이 사건 판결은 공범들에 대한 추가조사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법원은 이 사건 판결을 통해 세월호유가족 사찰 등에 피고인들과 전 국군기무사령관들이 공모공동정범관계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또한, 피고인들의 범죄행위가 청와대의 이해관계, 즉 정권유지 목적을 위해 이루어진 점도 확인했다. 이는 청와대 관계자들을 비롯한 공범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추가적인 조사가 조속히 이루어져, 드러나지 않은 진실과 책임이 명백하게 규명되기를 기원한다.

 

한편, 세월호유가족 등 피해자들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이번 판결을 통해 기무사가 정권유지를 위해 자행한 중대한 범죄행위가 명백히 드러난 이상, 국회와 정부는 명칭만 바꾸고 규모만 일부 축소하는데 머물러 있는 미완의 기무사 개혁을 적극적으로 완수해야할 것이다. 

 

2022년 10월 2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대응T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