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尹 정부, 한일 정상회담서 대일과거사 졸속해결… 군사협력 맞바꿨나
[논평] 尹 정부, 한일 정상회담서 대일과거사 졸속해결… 군사협력 맞바꿨나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22.11.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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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총리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한일 정상이 만났던 것을 두고 일본은 ‘간담’, 한국은 ‘약식 회담’이라고 표현했던 것과 달리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첫 번째 정식 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9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기시다 총리를 쫓아다니며 회담을 구걸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강제동원 문제, 초계기 사건 등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지 2년 11개월 만에 열린 정상회담이다.

일본은 한국이 강제동원 해법 내놓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일본이 돌연 태도를 바꾸어 정상회담에 응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강제동원,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대일과거사를 봉합하기 위한 물밑작업은 지속되어 왔다. 11월 2일, 일본 언론은 “화해치유재단 잔금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넣어 배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관해 한국 정부는 “다양한 방안 중 하나”라고 했지만,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이사장으로 심규선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취임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과거사 졸속해결을 우려해 왔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민관협의회 종료 이후 공청회나 공개토론회를 추진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발표하였으나 말뿐이었다. 병존적 채무인수, 대위변제 등 윤석열 정부가 모색하는 강제동원 해법에는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가해 일본 기업의 배상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으로 대일과거사 졸속해결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대응 차원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논의하고, 연이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와 군사협력 확장을 합의했다. 이는 한일지소미아 복원을 뛰어 넘는 것으로 사실상 한미일 군사협력을 정식화한 것이다.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 없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은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한 것임이 분명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를 개선을 핑계로 과거사 문제해결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바람직한 한일관계는 군사대국화를 추구하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전쟁범죄를 제대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과거사를 졸속해결하고 한일 군사협력을 추진하여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해주는 것은 오히려 한일관계를 더욱 망치는 길이다.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강제동원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대일과거사를 졸속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2022년 11월 16일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