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 전세계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관의 지속가능성 평가 발표
WWF, 전세계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관의 지속가능성 평가 발표
  • 이승현 기자
  • 승인 2022.12.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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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F(세계자연기금)는 한국의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및 한국은행을 포함한 전세계 44개 국가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의 지속가능 금융성과를 분석한 2022년 SUSREG(Sustainable Financial Regulations and Central Bank Activities,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관 지속가능 금융평가) 보고서를 지난 21일 발간했다.

SUSREG 보고서는 각국 금융당국의 기후, 환경, 사회 요인의 통합성과를 진단하고 상호 우수사례를 공유, 벤치마크함으로써 금융감독기관이 더욱 지속가능금융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두 번째로 발간된 SUSREG 보고서는 2021년 38개국가에서 2022년 44개 국가로 평가 대상을 확대했다. 이번 44개 평가 대상 국가들은 전세계 GDP의 88%, 온실가스 배출량의 72%를 차지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17개 국가 중 11개 국가를 포함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관은 금융시스템 및 물가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경제전반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당국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관련 위험을 평가·측정하고 활용 가능한 감독 기능을 통해 이를 완화해야 한다.

전세계 114개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기관으로 구성된 NGFS 역시 기후 및 자연 관련 위험이 금융 및 물가 안정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부분 기후위기 대응 정책 입안했지만… 넷제로, 네이처 포지티브 경로와의 격차 여전

이번 SUSERG 보고서에 따르면 평가 대상 국가의 88%는 기후 위험을 고려한 은행 규제 및 감독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보험규제의경우 79%). 기후 고려사항은 점점 더 금융기관의 비즈니스 전략과 위험관리 의사결정 프로세스 및 정책에 통합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넷제로’와 ‘네이처포지티브’로의 전환을 이루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금융정책, 규정 및 감독 지침이 도입되고 있지만 가속화하는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감안할 때, 보다 강화된 금융정책 시행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은 단기 및 중장기에 걸쳐 과학 기반의 미래지향적 시나리오 분석 및 스트레스 테스트를 사용하여 기후위기 및 생물다양성 파괴에 따른 위험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해야 하나,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대상 중 25%의 국가만이 생물다양성 등 환경 및 사회적 위험을 은행의 정책 및 프로세스에 통합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39%는 부분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점점 더 많은 금융당국이 기후리스크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략·로드맵을 발표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지배구조 및 조직적 측면에서 실효성을 확보한 곳은 은행 감독당국(7개, 17%), 보험 감독당국(5개, 12%), 중앙은행(12개, 29%)에 그쳤다.

 

2022년 한국 금융당국의 지속가능금융 도입성과 진전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각 2019년, 2021년 NGFS에 가입했고, 이후 지속가능한 경제·사회 체계 마련을 위한 범부처간 협력 로드맵인 ‘2021 녹색금융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따른 세부계획들을 실천한 결과 2021년 SUSREG 평가 대비 2022년에는 많은 항목에서 진전된 수준을 보였다. 올해 평가지표 87개 중 52개(60%) 항목에 대하여 전체(Fully met, 8개) 또는 일부(Partially met, 44개)가 충족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평가에서는 전체 충족 3개, 일부 충족 3개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금융당국은 범부처간 협력을 통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을 통해 민간금융기관들의 ESG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 필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금융기관들이 신뢰도 높은 환경정보를 얻을 수 있는 녹색경영기업 금융지원 시스템(ENVINANCE)을 구축했다. 한국은행의 경우 대출제도 등 통화정책이나 외화자산 운용시 녹색채권을 적격담보로 인정한 부분에서 녹색금융의 수요확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한국은행은 기후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여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성과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넷제로, 네이처포지티브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2021년 녹색금융 추진계획의 모멘텀을 이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WWF, 목표 확립과 실질적인 행동 변화 이끄는 금융감독당국의 역할 요구

WWF가 SUSREG 평가를 통해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에 요구하는 내용은 크게 2가지이다. 먼저 전략수립 측면에서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이 민간금융기관들의 전략수립에 참고가 될만한 구체적이고 측정가능한 목표를 확립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기 및 중장기 탄소 감축, 생물다양성 회복 및 사회 리스크 감축 등의 목표가 포함된다. 두 번째로는 각 기관의 정책역량을 동원하여 구속력 있는 미시 및 거시 건전성 관리 규칙과 통화정책을 구축하여 민관기관들의 실질적인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WWF-Korea는 이번 평가에서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심층분석을 진행했으며,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제언했다.

 

◇ 한국 금융당국에 대한 기대사항

① 전략수립 측면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은 기후 및 생물다양성 리스크 관리가 금융시장 및 물가안정이라는 설립 목표에 부합하는 업무임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기후리스크와 생물다양성 손실은 별도의 리스크가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하나의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 위기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당국 운영 목표에 2050 탄소중립 목표와 함께 2030년에는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고(Nature-Positive), 2050년에는 생물다양성의 완전한 회복(Full Biodiversity Recovery)을 목표로 하는 기간별 목표 설정을 고려해야 한다.

② 정책수행 측면

감독당국의 규제체계 중 미시 건전성 관리규제는 금융기관 자체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관리 수단으로 규제자본 산출, 내부자본 적정성(ICAAP) 구축 및 감독,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 관련 규제 등이 있다. 거시 건전성 관리 규제는 경제 전체에 충격이 발생하는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기대응 완충자본(CCyB), 자본보전 완충자본(CCB), 신용집중 위험한도(Concentration Risk Limit) 등이 있다. 이러한 정책적 수단들을 통해 금융기관이 실질적으로 환경과 사회적 요인을 내부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통합하도록 할 수 있다.

③ 통화신용 정책 측면

한국은행은 다양한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 요구되는 적격담보의 기준에 녹색채권을 포함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매우 좋은 시작이지만 ESG 전략수립의 완성이라고 볼 수는 없다. 대출제도, 지급결제제도, 공개시장 운영 등 통화정책 전반에 담보제도 뿐아니라 여신금리 차등적용, 자산매입 등 다양한 수단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 이다. 또한 기후리스크 대응으로 제한된 관점을 생물다양성 손실 및 사회리스크 관리로도 확장시켜 통화정책 전반에 ESG 관점을 확대적용해야할것이다.

무엇보다 기관 자체 이행 계획(Transition Plan)을 통해 탄소중립 및 생물다양성 손실, 사회 리스크에 대한 감축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 민간금융기관의 전략수립에 모범사례가 돼야 한다. 또한 감독당국과 중앙은행의 정책역량과 권한을 총동원해 기후 및 생물 다양성 손실리스크, 사회 리스크 관리에 대한 지침을 권고 수준에서 의무화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과감한 행동 필요

WWF는 점진적으로 SUSREG의 평가부문과 대상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평가데이터는 온라인 플랫폼 SUSREG Tracker 통해 공개하고, 중앙은행, 금융감독기관, 재무전문가, 연구원등관계자들이 모든 지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평가도출에 사용되는 규정, 감독 지침 및 기타 관련 공공문서에 대한 링크 및 참조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해 투명성 제고와 상호 참조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홍윤희 WWF-Korea 사무총장은 “SUSREG 평가보고서는 각국의 지속가능 금융성과에 대한 순위를 매기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으며,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이 상호 진행성과 및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복합적 위기(Twin Crisis)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실질적인 행동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관의 보다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