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 남반구 한국 이민자 다룬 ‘Korea Journal’ 특집호 발간
한국학중앙연구원, 남반구 한국 이민자 다룬 ‘Korea Journal’ 특집호 발간
  • 이승현 기자
  • 승인 2023.01.0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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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Journal’ 2022년 겨울 특집호…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공으로 터전 옮긴 한국 이민자 생생하게 조명
Korea Journal 62권 4호 특집호 표지(이미지=한국학중앙연구원)
Korea Journal 62권 4호 특집호 표지(이미지=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은 ‘Korea Journal’의 겨울호 특집을‘남반구로 이동한 한국 이민자 연구(Korean Migration in the Global South)’ 주제로 발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관련 우리의 관심과 연구에서 소외됐던 남반구, 특히 그중에서도 교민 수가 많고 한인 커뮤니티가 비교적 잘 조성돼 있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결과를 담았다.

이번 특집호는 남반구로 이동한 한국 교민의 이주 과정과 역사, 그 삶의 경험을 탐구하고 삶의 궤적을 추적하고자 기획됐으며, 관련 연구의 외연을 넓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먼저 베트남 하노이에 형성된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주재원과 한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자국민 소비를 통해 한인문화가 재생산되고 ‘한류’의 의미가 변화되고 있는 과정을 분석한다.

뉴욕, 런던 등지의 한인타운은 도심에 위치하여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를 주요 고객으로 삼는 반면 하노이의 한인타운은 관광지와 먼 신도심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위치적 특징은 글로벌 도시로 성장하는 하노이가 주재원 및 현지 한인에게는 문화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베트남 현지인 중산층에게는 정통 한류를 직접 향유할 수 있는 세계시민적(Cosmopolitan) 소비 경험을 제공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해당 논문은 하노이의 독특한 사례를 통해 민족경제 거주지(Ethnic enclave: 공통언어와 민족적 친밀감이 제공되는 통일된 체계를 갖춘 이민자 기반 경제) 이론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말레이시아의 수도이자 대표 도시인 쿠알라룸푸르와 코타키나발루에서 대학생, 학부모, 해외 취업자, 은퇴자, 사업비자로 거주하는 10대에서 60대까지의 한인들을 2014년부터 7년간 인터뷰해 교민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담았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빨리빨리’ 문화가 삶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말레이시아의 시간성과 만나는 지점을 집중 조명한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 말레이시아 거주 한인들이 시간에 대한 개념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상호 협상하며 극복해가는 과정은 한국교민들이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삶과 행복을 찾아 적응해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브라질과 관련해서는 상파울루의 의류업 중심지인 봉헤찌로에서 브라질 의류업계를 이끄는 한국교민의 연대를 조명했다. 지난 수십 년간 이 지역 한인 사업체들의 발전 과정에서 한국교민 간의 민족적 연대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한인의 의류 산업 역시 브라질의 경기 침체로 쇠퇴하고 있다. 이에 한인들은 브라질 한인의류산업협회(ABIV)를 설립해 새로운 형태의 집단적 민족 연대를 이루고 있다. 갈수록 민족적 연대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북반구 내 교민사회와는 달리, 민족적 자원을 재편하여 생존에 활용하는 브라질의 한국 이민자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이민자 연구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할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관련해선 민족지학적 접근을 통해 아르헨티나에서 운영되는 한국의 대규모 의류 도매 사업체들이 왜 준정규 시장에 머무르는지, 느슨한 정부 통제와 부패가 만연한 업계에서 형성된 준정규 사업 관행이 한인 의류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선 그간 이 지역 한인에 대한 연구가 부재했던 만큼 남아공 한인들의 이주 궤적을 쫓아가며 그 경험과 동기를 살펴본다. 특히 남아공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심층 면접하여 이들이 남아공으로의 첫 이주 이후에도 계속해서 남아공 국내, 제3국으로의 이주 혹은 한국으로의 귀국 등 이동을 거듭한 이유와 과정, 그 경로 등을 살폈다. 이들의 계속되는 이주 궤적에서 출신국과 이주국의 사회 경제적인 환경과 얽혀진 역학관계,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변화하는 한인들의 정체성을 분석했다.

한국 이민자들이 이룩한 놀라운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기여도 때문에 그간 이민자 연구는 학계에서 큰 관심을 끌어왔으나, 대부분의 연구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 수행된 경험적 연구였다. 때문에 이번 ‘Korea Journal’에서 조명한 ‘남반구로 이동한 한국 이민자 연구’는 그동안 북반구에 비해 정치·문화적으로 소외됐던 남반구로 향한 한인들의 다양한 삶의 궤적을 분석적으로 탐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961년 9월 창간된 ‘Korea Journal’은 한국학 분야 국내 최초의 영문 학술지로, 인문학 분야 최고 권위의 A&HCI(Arts and Humanities Citation Index)에 등재돼 있다. 이번 호의 전문은 한국학중앙연구원 누리집에 접속하면 무료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