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장애인 지하철 타기에 대한 한국의 과도한 탄압 우려”
유엔 “장애인 지하철 타기에 대한 한국의 과도한 탄압 우려”
  • 임미순 기자
  • 승인 2023.06.29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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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결사 특보 개인 SNS 통해 “장애인 권리옹호 탄압하는 한국 정부에 우려 표명”

장애인권리보장 촉구를 위한 지하철 타기 행동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해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아래 집회결사 특보) 등이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지난 2월 15일 장애인권리보장 촉구를 위한 지하철 행동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는 유엔(UN) △장애인 권리에 관한 특별보고관 △집회결사에 관한 특별보고관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등에게 ‘장애인권리보장 촉구 활동에 대한 한국 정부의 중대한 탄압에 관한 긴급진정서’를 제출했다.

유엔 특별절차는 주제별 인권전문가들에게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진정(컴플레인, 긴급호소)등을 보내 개입을 요청하는 절차다. 이는 관련 국제인권규약 가입 유무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절차다. 이미 발생했거나 진행 중 이거나 발생 위험이 있는 인권 침해 사례에 개입이 가능하다.

해당 진정에 대해 집회결사 특보를 비롯한 장애인 권리 특별보고관,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그리고 노인 인권 향유 독립 전문가는 4월 26일 한국 정부에 우려를 표명하는 서신을 발송했다.

한국 시민사회에서 개입을 요청한 특보 외에도 표현의 자유 특보, 노인 인권 향유 독립 전문가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더하면서, 해당 사안에 대한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서신에는 △법적 근거가 충분치 않은 과도한 진압으로 인한 평화로운 집회 시위 권리 침해 △장애인권 활동가들에 대한 부당한 소송 △집회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인들의 발언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예산 부족 △장애인 단체와의 진정성있는 협의 부재 등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다.

집회결사 특보 등은 과도한 물리력 행사로 인해 집회 참여자들이 부상을 입고, 휠체어가 파손되고 경찰이나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휠체어를 임의로 조작한 사실뿐만 아니라 실제로 고장이 없었음에도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집회를 고립시킨 행위에 대해 특별한 우려를 표했다.

또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를 비롯한 장애인권 활동가들에 대해 평화로운 집회를 이유로 소송을 진행한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특히, 지하철 시위 참여자에 대한 수사를 공안 사건을 전담하는 공공수사부에 배정한 것은 집회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지하철 타기 행동에 대한 정치인들의 발언으로 인해 온·오프라인에서 집회 참여자들과 장애인에 대한 혐오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상황도 지적됐다.

또한 노인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살아가고 모든 삶의 영역에 완전히 참여할 권리를 보장할 예산이 확보되지 않음으로 인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정부의 의무가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집회결사 특보 등은 특히 장애인권 의제에 관해 장애인 단체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들과 대화를 나눌 공무원들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특히 국가별 인권 상황 정기 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나 유엔 인권 조약 심의 과정에서 에서 한국 정부가 수용하거나 받은 권고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여기에는 장애인 권리에 관한 사항을 논의할 때 장애인 단체의 유의미한 참여를 보장할 것과 장애 평가 시스템을 의료적 모델에서 인권적 모델 원칙에 근거해 재조정할 것, 그리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과 완전한 사회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지원과 필요한 보조를 제공할 것이 포함된다.

집회결사 특보 등은 서신이 발송된 후 60일 이내(4월 26일-6월 25일)까지 정부의 의견과 질의에 대한 답변을 요청하며 이 기간 동안에도 “보고된 인권침해를 중단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4월 28일 전장연 지하철 타기 행동에 대한 1억278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6월 16일 밝히고 이러한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들의 요청을 무시했다.

클레망 불레(Clement Voule) 유엔 집회결사 특보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나와 동료들은 정부가 노인과 장애인을 포함한 집회참여자들을 탄압한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에 우려를 표했고, 인권활동가 박경석 씨를 체포한 사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며 “(한국 정부) 당국에 협박과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운 모든 사람을 위한 시민 공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유엔 특보단의 이번 서신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출퇴근 집회 금지 등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노골적인 제한 발언 이후 경찰에 의한 집회 침해가 점증하는 현실에서 정부의 국제인권기준 준수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집회결사 특보 등은 서신 말미에 한국 정부가 준수해야 할 국제 인권 규범을 상세히 기술하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공동진정 단체는 “진정서를 제출한 특별보고관보다 더 많은 인권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더한 점에서 한국의 장애인 권리 보장 촉구 활동의 정당성과 정부의 부당한 탄압에 대한 유엔의 깊은 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장애인 권리 보장 촉구 활동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