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2개 지방의회,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결의안' 채택...풀뿌리 민심 외면하는 정부
전국 152개 지방의회,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결의안' 채택...풀뿌리 민심 외면하는 정부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3.07.05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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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개 지방의회 중 과반 넘는 152개 의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우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정쟁화시키는 정부 탓에 지방의회 오염수 대응 활동도 위축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환경운동연합은 전국 244개 지방의회 중 과반이 넘는 152개 의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규탄하는 결의안 등을 채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2018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을 처음 수립한 이후, 국내 지방의회에서 후쿠시마 관련 결의안 및 성명서가 채택되었거나 발의된 건수를 집계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 총 152개 지방의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규탄하거나 방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22년 지방선거 이전 결의안을 채택한 지방의회가 94개, 22년 지방선거 이후 결의안을 채택한 지방의회가 58개였다. 지난 대수와 이번 대수에서 모두 결의안을 채택한 곳도 일부 있었고, 지난 대수에선 채택하였으나 이번 대수에선 부결시킨 경우도 두 곳 있었다.

퍼포먼스(사진=환경운동연합)
퍼포먼스(사진=환경운동연합)

지방의회에서 결의안 채택률이 높은 것은 실제 지역민들의 불안감과 오염수 투기에 부정적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84%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방의회 결의안은, 일본 정부를 향해 해양 투기 중단을 촉구하거나 우리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현재 시점에서 결의안이 발의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의회 한 곳이었으나, 서울시의회 또한 지난 10대 시의회에서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번 임기 중에 결의안이 부결된 곳은 7곳(부산진구, 부산북구, 부산해운대구, 부산금정구, 부산수영구, 울산남구, 충남 공주시)이었는데 이 중에서도 해운대구와 수영구의 경우 지난 대수 의회에서는 결의안을 채택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이 태도를 바꾸면서 지방의회 결의안 채택에도 어려움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정쟁화시키다 보니, 민심을 반영한 지방의회 결의안 채택이 보다 확산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충주시의회의 경우처럼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해놓고 며칠 만에 여당 의원들이 입장을 바꿔 다시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철회’라는 비법적인 주장을 펼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방의회 과반이 우려를 표명한 상황에서도 국회에 계류된 후쿠시마 오염수 결의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결의안의 상임위원회 통과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정부 또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만을 전하며 지방의회 다수에서 채택된 결의안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핵을 옹호하고 오염수 문제를 괴담으로 치부하려는 정부의 태도가 지방의회가 민심을 대변하기 어렵게 하고, 지방의회의 결의가 중앙정부로 이어지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위한 시설 시운전이 종료되는 등 유례없는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투기가 임박해있다. 일본 내에서도 30만 명의 조합원을 둔 ‘일본 전국어업조합연합회’가 해양 투기 반대 특별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반대여론이 가시화되고 있고, 중국·러시아를 비롯한 주변국의 반발도 거세다. 태평양 도서국 포럼의 과학자문단 역시 해양 투기에 부정적 의견을 내기도 했다.

최경숙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과 일본 정부 오염수 처리의 과학적 신뢰성을 의심하고 있으며, 국민 여론도 압도적으로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미 후쿠시마 인근 농수축산물에서도 높은 방사능이 검출되는데 정부가 해양 투기를 수수방관하고 일본 정부를 옹호해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전국 152개 지방의회의 결의를 정부와 국회가 무시해선 안 된다”면서, “아직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한 지방의회들도 주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해 의정활동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