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창공원 삼의사묘역 각서, 원형은 채색 상태… 세심한 유적관리 필요”
“효창공원 삼의사묘역 각서, 원형은 채색 상태… 세심한 유적관리 필요”
  • 이승현 기자
  • 승인 2023.07.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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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애국선열 묘역으로 역사교육과 현장탐방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독립운동의 성지 효창공원 일대의 유적 관리에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효창공원에는 안중근 의사 허묘와 삼의사(이봉창, 윤봉길, 백정기)묘, 임정요인묘, 백범 김구묘 등 독립지사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중 삼의사 묘역 입구의 석주(石柱)와 묘단(墓壇) 석축에 새겨진 글자가 본래 채색돼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벗겨져 원형을 알아 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 새로이 밝혀졌다.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학예실장은 “우리 연구소가 효창공원 인근에 자리 잡고 있어 식민지역사박물관과 연계해 묘역탐방과 시민강좌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일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석조물에 새겨진 글씨들에서 채색 흔적을 발견하고 고증을 거친 결과 본래 채색이 되어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관계 당국에 건의해 조속히 원형복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의 허묘에도 묘비석이 새로 세워지는 등 전반적인 묘역관리는 크게 소홀함이 없는 상태로 볼 수 있다. 삼의사묘의 묘단에 남아 있는 ‘유방백세(遺芳百世)’ 각서(刻書)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퇴색이 심해져 본래 채색이 되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잊히게 되고 따라서 보수정비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유방백세(遺芳百世) 각서는 해방 직후 일본에서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세 분 의사의 유해를 수습해 국내로 봉환할 때 직접 그 장지로 옛 효창원 터를 고른 당사자이기도 한 백범 김구 선생이 휘호한 것이다.

삼의사의 의로운 뜻과 그 공적이 후세에 길이길이 전해지라는 의미를 담았으며, 맨 마지막 글자의 측면에 ‘무자춘일 김구제(戊子春日 金九題)’라고 새겨져 있어, 1948년 봄에 김구 선생이 쓴 글씨임을 알 수 있다.

원래 ‘유방백세’라는 표현은 『진서(晉書)』 「환온전(桓溫傳)」에 나오는 “대장부가 처음부터 아름다운 명성을 후세에 길이 전할 수 없다면, 더러운 이름을 만세에 남기는 일도 역시 부족한 법이니라(大丈夫旣不能流芳百世 亦不足復遺臭萬載耶)”라는 말에서 유래됐다.

흔히 이를 ‘유방백세 유취만년(流芳百世 遺臭萬年)’이라는 관용구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백범은 ‘유방백세’의 ‘流’를 ‘遺’로 바꿔 적었다.

채색 각서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이순우 책임연구원은 “예로부터 비석 종류에 새겨진 글씨에는 주칠(朱漆)이나 흑칠(黑漆)을 해 글씨가 돋보이게 처리하는 것이 상례였고,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풍화가 심해지면 다시 이를 보수하여 관리하는 것이 마땅한 절차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1948년 당시에 촬영된 사진자료를 보면 해당 각서에 검은색이 칠해져 있었던 것이 분명하므로 원형유지 차원에서라도 서둘러 채색복원작업을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의사 묘역 입구의 돌기둥에도 ‘삼의사 묘 정문’과 ‘단기 四二九一년 八월 十五일 건립’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이곳 역시 완전히 탈색이 되어 글자를 알아 볼 수 없는 상태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채색작업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