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혐오·왜곡으로 실업급여제도 후퇴시키려는 정부여당 규탄한다
[성명] 혐오·왜곡으로 실업급여제도 후퇴시키려는 정부여당 규탄한다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23.07.1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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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하 ‘정부여당’)은 2023. 7. 12. 실업급여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실업급여 하한액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수급요건을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당은 위 공청회에서 실업급여를 ‘시럽급여’, ‘보너스’ 등으로 폄훼했고, 공청회에 참여한 공무원은 여성 과 청년 수급자들이 실업급여로 ‘해외여행을 간다’ 또는 ‘명품 선글라스나 옷을 산다’ 등 허위사실의 유포와 혐오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우리 위원회는 왜곡과 혐오로 실업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후퇴시키려는 정부여당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

실업은 개인의 인간다운 삶의 전제가 되는 경제적 기반을 상실시킴과 동시에 개인을 다른 사회보장제도로부터 배제하는 등 2차적 위험을 야기하는 사회적 위험이다. 인간의 존엄과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제34조 제1항 및 제6항에 따라 실업에 대한 보호는 실업한 사람들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이다. 세계인권선언,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규약 등 국제인권규범도 실업한 사람의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는 제202호 권고에서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가 어떠한 경우에도 보장해야할 최저 보호선임을 명시하기도 했다.

실업급여 하한액을 축소 또는폐지하거나 수급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실업급여의 보장성과 접근성을 축소시킴으로써 실업한 사람의 권리를 침해 또는 박탈하는 조치이다. 국제인권규범은 기존에 보장된 권리의 퇴보를 금지하는 이른바 ‘퇴보금지 원칙’에 따라 실업급여와 같은 필수적 소득보장의 축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한, 수급조건의 강화 등을 통한 접근성의 축소도 국가의 의무 위반으로 보고 있다. 즉 정부여당이 검토하고 있는 실업급여 하한액의 축소 또는 폐지와 수급요건 강화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비추어 보았을 때 실업한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고, 보장된 권리를 퇴보시키는 조치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이 추진하려는 실업급여 하한액 축소 또는 폐지 및 수급요건 강화는 왜곡된 사실에 기반한 주장이거나 취약한 사람들의 권리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조치라는 점에서도 부당하다.

정부여당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실업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에 실업급여 하한액을 축소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및 연말정산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회보험료 및 세금을 제외한 임금을 실업급여 하한액과 비교대상인 ‘최저임금’으로 산정했다. 또한 수급자가 실직 후 고정적으로 부담해야하는 건강보험료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즉 정부여당의 주장과 달리 실제 실업한 사람들이 수령하는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보다 높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의 주장은 왜곡된 사실에 기반한 주장으로 부당하다.

설사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보다 높게 지급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열악한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상향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할 문제이지 실업급여 하한액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열악한 경제적 여건에 처한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실업급여를 더 낮은 수준으로 보장하자는 정부여당의 주장은 실업에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필요한 보호를 외면하는 주장으로 부당하다.

또한, 정부여당은 현재 근무일 180일이라는 실업급여의 수급조건을 10개월 또는 1년으로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수급조건이 강화된다면 초단시간 노동자, 기간제 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실상 실업급여의 수급조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된다. 즉 정부여당의 실업급여 수급조건 강화 주장은 하한액 폐지 또는 축소 주장과 마찬가지로 실업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보호를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주장으로 부당하다.

정부여당이 제안한 실업급여 제도개선은 결코 ‘개선’이 아니다. 정부여당이 제안한 것은 실업급여제도의 ‘퇴보’이다.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물가가 치솟는 현 시기에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더욱 큰 정부와 여당이 해야할 일은 실업급여제도의 보장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의 역할은 실업급여의 낮은 임금대체율, 자발적 이직자의 배제와 같은 보호의 사각지대의 발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업급여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즉시 실업급여제도를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위원회는 2023. 7. 14.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청회에 있었던 혐오발언의 “그 취지가 일부만 부각되면서 논란이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커녕 발언을 옹호한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에게도 깊은 유감을 표한다.

2023년 7월 1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