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휴게시설에서 10세 미만 유·아동을 출입 제한은 명백한 차별 행위
백화점 휴게시설에서 10세 미만 유·아동을 출입 제한은 명백한 차별 행위
  • 김세아 기자
  • 승인 2023.09.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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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휴게시설 출입제한, 나이를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
원천 배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유가 있어야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지난달 17일 ○○백화점 대표이사에게 ○○백화점 ○○점 우수 고객 휴게실의 이용 대상에서 10세 미만 유·아동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도록 권고하였다고 밝혔다.

 

예시) 진정인은 생후 100일인 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피진정 백화점 우수 고객 휴게실을 이용하려고 하였으나, 자녀가 10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휴게실 이용을 거부당하였다. 이에 진정인은 아동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으며 피진정인은 우수 고객 휴게실은 자녀를 동반하지 않은 고객의 취향에 맞춰 휴게실 내에 각종 가구‧집기, 액자, 연출물 등으로 실내장식을 하였는데, 그 중 일부는 끝이 날카롭거나 떨어지면 깨지는 등 고객이 다칠 우려가 있어, 불가피하게 10세 미만 유‧아동의 출입을 제한하였다고 주장하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 대신 10세 미만 유·아동을 동반한 고객에게 음료 포장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백화점 내 지정 카페에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상업시설 운영자에게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는 점은 인정되나, 이러한 자유가 무제한으로 인정 되는 것은 아니며, 더욱이 특정 집단을 특정 공간이나 서비스 이용에서 원천 배제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합리적이고 타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해당 휴게실이 아동에게 위험한 환경이라서 이용을 제한한다는 주장을 살펴본 결과, △모든 10세 미만 유·아동이 같은 수준의 주의력, 집중력을 가지고 동일한 행동을 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진정인의 자녀는 생후 100일인 유아로 유모차에 타고 있어 독자적인 행동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모서리가 날카로운 가구 등은 성인에게도 얼마든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단지 휴게실 환경을 이유로 유·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등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중요한 점은 휴게실 환경이 우려될 시, 보호자에게 안전상 유의를 당부하는 게시물 부착, 직원의 안내와 통제 등의 대안을 먼저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또한, 특정 집단을 특정 공간에서 배제하는 행위의 타당성을 살펴본 결과, △사회적 취약 계층인 아동의 배제는 유해업소 등 사회 규범이나 통념상 아동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정해야 하나 백화점 휴게실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점 △유·아동의 휴게실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동반한 보호자에 대한 배제로 이어지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진정인의 이러한 행위는 10세 미만 유·아동과 그 보호자 고객을 합리적 이유 없이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나이를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3년 일반논평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공공장소의 상업화가 심화되면서 아동에 대한 관용이 줄어들고, 공동체나 공원, 쇼핑몰 등의 아동 출입제한 조치로 인해 아동은 ‘문젯거리’, ‘문제아’라는 인식이 형성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으며, 이러한 아동 배제는 아동이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인에게, 백화점 휴게실 이용 대상에서 10세 미만 유·아동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도록 권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