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단체 성명]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
[노동법률단체 성명]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23.09.1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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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5일 폭우에 잠긴 지하차도에서 14명의 생명이 아스러져 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안타까운 생명이 아스러져 간다. 언제까지 이렇게 기막힌 인재를 무기력하게 지켜만 봐야 하는가. 2023년 7월 15일 우리는 뉴스 속보로 충북 오송의 궁평지하차도 사고 소식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았다. 궁평지하차도 인근의 미호강의 제방이 붕괴하면서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물이 들어찼고, 이곳을 지나던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모두의 간절한 마음에도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누구는 일터로 출근하는 길이었고, 누구는 가족을 시험장에 데려다주러 가는 길에 당한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이번에도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오송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였다. 도로확장공사 과정에서 미호강의 기존 제방이 무단으로 철거되고, 임시로 쌓아 올린 제방의 부실함이 제방 붕괴의 원인이 되었다.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곳곳에서 위험이 감지되었으나 관계기관은 교통통제 등 필요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4시간여 전인 오전 4시 10분 금강홍수통제소는 홍수경보를 발령했고, 오전 6시 34분경에는 흥덕구청에 홍수경보와 함께 교통통제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달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보다 앞서 6시 14분경 인근 공사현장의 감리단장이 청주시와 행복청 등에 미호강이 유실될 것 같으니 차량통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신고를 했지만 역시 교통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고 발생 2시간여 전에 이미 강의 범람이 예상되고 교통통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반복되었지만 충청북도와 청주시, 흥덕구청은 제방 근처에 있는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다. 오송참사는 관계기관들의 대응 부족과 직무유기로 발생한 명백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사고 발생 후 두 달여가 다되도록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7월 28일 오송참사와 관련해 5개 기관 공직자 34명과 공사현장 관계자 2명 등 총 36명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 했다고 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의 감찰 결과는 정작 오송참사의 최고책임자인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을 아예 조사대상에서 제외하였고, 이번 참사가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와 ‘사건축소’다.

오송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국가하천인 미호강의 하천시설인 제방에 대한 총괄적인 관리 및 임시제방의 설치․관리상의 결함, 그리고 터널구간의 연장이 430m인 지하차도에 대한 관리상의 결함이 경합하여 발생한 재해, 즉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설치 내지 관리 상의 결함이 중첩되어 발생한 재해로서 사망자 14명이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 중대재해법 제10조는 중대시민재해에 이르게 한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해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죄보다 훨씬 형량이 높다.

중대재해처벌법 상 중대시민재해의 책임 주체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장이다. 충북도지사는 미호강 제방의 유지・보수 및 안점점검에 대한 관리주체(하천관리청)이자 도로관리청의 경영책임자다. 충북도지사는 충청북도 기관의 장(경영책임자)으로서 충청북도가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미호강 제방의 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한 그 이용자 또는 그 밖의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고, 또한 도로관리청의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충북도지사는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금강유역환경청장은 하천시설의 유지보수 또는 불법행위에 대한 시정 등 필요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기존 제방이 무단으로 철거되고 임시제방이 부실하게 지어진 데 책임이 있다. 행복청 역시 마찬가지다. 행복청장은 임시제방을 허가 및 설계기준에 맞게 설치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으나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청주시장은 재난안전법에 따라 자신이 관할하는 행정구역 내에서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즉시 재난 발생을 예방하거나 피해최소화를 위해 필요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역시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명확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만이 반복되는 인재를 막을 수 있다. 검찰은 당장 관련 책임자들을 엄정수사하여 진실을 규명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2023. 9.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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