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쇼핑백, ‘화려함’ 벗고 ‘친환경’ 입는다! 현대백화점, 100% 재생용지 쇼핑백만 쓴다
백화점 쇼핑백, ‘화려함’ 벗고 ‘친환경’ 입는다! 현대백화점, 100% 재생용지 쇼핑백만 쓴다
  • 김세아 기자
  • 승인 2023.10.05 1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체 개발 재생용지로 만든 ‘친환경 쇼핑백’ 도입 … 기존 고급용지 쇼핑백 대체해 사용
소비자들의 ‘친환경 가치소비’ 트렌드 적극 반영 … 年 1만 3,200그루 나무 보호 효과
현대백화점 친환경 쇼핑백(제공=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은 2022년 02월 21일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품질의 대명사였던 ‘백화점 쇼핑백’을 폐지100%로 만든 친환경 쇼핑백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판교점과 더현대 서울에서 친환경 쇼핑백을 시범 운영한 뒤, 오는 4월부터 압구정본점 등 전국 16개 모든 점포에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적이고 가치 있는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유통업계의 친환경 경영 실천을 선도하기 위한 현대백화점의 시도이다.

친환경 쇼핑백은 총 4종이며, 연간 약 800만장에 달하던 기존 쇼핑백을 친환경 쇼핑백으로 모두 대체할 예정이다. 황색의 100% 재생용지로 만들어졌으며, 현대백화점의 상징 색깔 중 하나인 그린을 활용해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특히, 사용 후 재활용을 고려해 코팅이나 은박 등 일체의 추가 가공을 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백화점업계에서 재생용지로 만든 친환경 쇼핑백만을 사용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 1985년부터 압구정본점 개점 이후 색상과 내구성이 뛰어난 고급 용지로 쇼핑백을 제작해 고객들에게 제공해왔다. 그동안 백화점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다채로운 색상의 쇼핑백이 고객들의 쇼핑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데다, 외부에 백화점의 고품격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 디자인과 내구성 등 품질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 때문에 일부 식품관 등을 제외하곤 고급 용지로 만든 흰색 쇼핑백을 사용해왔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친환경 쇼핑백 도입에 대해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이나 서비스 선택 시 친환경을 핵심가치로 여기는 등 친환경 소비 성향이 유통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리드해 나가기 위해 전격적으로 도입,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약 3만 2000명의 고객들이 참여한 가운데 온·오프라인 품평회를 진행했는데, 친환경 쇼핑백 도입에 대해 높은 호응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친환경 쇼핑백은 지난해 2월부터 친환경 경영활동 강화를 위해 현대백화점이 시행 중인 친환경 캠페인 ‘PROJECT(프로젝트) 100’의 첫 성과이기도 하다. ‘PROJECT 100’은 ‘100% 재활용 소재만을 활용해 친환경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친환경 쇼핑백 개발을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약 1년간 서울대 산학 연구팀, 강원대 제지공학과, 페이퍼 코리아 등 외부 전문 기관과 손잡고 소재 개발과 친환경 생산 프로세스 구축에 나섰다. 우선 친환경 쇼핑백의 내구성을 갖추기 위해 약 5개월간 신문지, 종이박스 등 각 폐지별 성질을 연구했다. 또한 무거운 물건을 담고도 찢어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시험도 반복했다.

현대백화점은 이와 함께 유통업계 최초로 ‘자원 순환 시스템’도 구축했다. 자원 순환 시스템이란, 자체 발생하는 폐기물을 회수 및 수집해 원료화하고, 이를 활용해 재활용품을 생산해 자원 절약과 탄소 배출 감소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런 ‘자원 순환 시스템’을 적용해 본사는 물론, 16개 점포에서 발생하는 포장 박스, 서류 등 매년 약 8,700톤의 폐지를 자체 수거한 뒤 쇼핑백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통상 제조업체들이 환경보호 등을 위해 ‘자원 순환 시스템’을 도입한 적은 있지만, 유통업체가 자발적으로 도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백화점에서 발생한 폐지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쇼핑백을 만들어 다시 사용함으로써 자원 절약 등 실질적 환경 보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친환경 쇼핑백 도입을 통해 매년 기존 쇼핑백 제작에 사용되는 나무 약 1만3,200그루(약 2,000여 톤)를 보호하고, 약 3,298톤의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친환경 쇼핑백을 백화점에 우선 도입한 뒤, 아울렛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자체적으로 개발한 다양한 재생 용지를 활용해 점포 내에서 사용되는 포장지도 100% 재생용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환경보호와 자원 재순환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기업이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갖춘 친환경 경영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고객들이 이용하는 백화점의 특성을 살려 지역 사회와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 활동과 지원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백화점은 고객에게 친환경 활동 등 사회공헌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 참여형 봉사활동을 비롯해 헌옷 기증, 폐휴대폰 수거, 재활용품 캠페인 등 다양한 리사이클 캠페인을 상시 진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백화점업계 최초로 ‘친환경 기술진흥 및 소비촉진 유공’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