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성명] 학교 자율성과 교사 전문성을 무시하는 수업 공개 법제화 규탄 성명서
[전교조 성명] 학교 자율성과 교사 전문성을 무시하는 수업 공개 법제화 규탄 성명서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23.10.1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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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3일,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여 학교장에게 수업 공개 지시 권한을 부여하고, 그 결과를 교육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초등위원회는 이를 학교 자율성을 억압하고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 강력하게 규탄한다.

교육부는 수업 공개가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법제화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각종 규정과 지침으로 학교 공개수업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수업 공개 횟수를 교원평가와 성과급 등급 산정 기준으로 삼거나, 수업 주제와 내용을 미리 공개하여 평가받는다. 심지어 공개수업 때마다 수업의 내용과 상관없는 교사 복장, 외모, 말투, 교실이 꾸며진 정도, 교실의 온도, 학생의 자리 배치 등등 각종 불필요한 평가와 민원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장에게 수업 공개 지시 권한을 별도로 부여하고, 교육감이 이를 보고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법령 개정안은 교사의 교육 활동을 위축시키는 ‘수업 검열’이다.

그뿐 아니라 교육부의 수업 공개 법제화는 의도와 달리 공개의 취지는 사라지고 공개라는 형식만 남아 오히려 수업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도 모든 학교는 학교 자체 계획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나누고 있으나 형식화로 인한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업은 학교와 교육과정 운영의 핵심이자 근간이다. 학교가 위치한 지역과 학생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수업의 형태와 내용이 달라진다. 이러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교사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하는 것이 수업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그래서 핀란드를 비롯한 교육 선진국에서는 수업에 대한 교사 자율성을 매우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수업 나눔 활동을 교육감에게 보고까지 하라는 교육부의 의도는 현장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심지어 대한민국 교사들은 각종 행정 업무로 인해 수업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교육과정에 대한 재구성 권한도 매우 제한적이며, 어떻게든 좋은 수업을 위해 각종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하여도 교과서와 다른 내용을 가르친다며 민원을 받을 때도 있다. 실제 현장에서 교사가 온전히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조차 마련하지 않으면서 높은 질의 수업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수업 공개를 법제화하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이에 전교조 초등위원회는 학교 자율성과 교사 전문성, 수업권 보장을 위해 해당 법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한다. 교육부는 수업 공개 법제화가 아닌, 교사가 온전히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표준 수업시수와 업무를 법제화하라. 각종 행정업무에서 교사를 배제하고, 교사가 학습자에게 적합한 수업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라.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개혁을 위해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교육부의 최우선 책무다.

 

 

2023년 10월 1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