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야 어떤 교사가 수능감독 하겠나… 매년 과도한 항의·민원·분쟁 고충”
“이래서야 어떤 교사가 수능감독 하겠나… 매년 과도한 항의·민원·분쟁 고충”
  • 이승현 기자
  • 승인 2023.11.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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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정성국)는 지난 수능시험에서 한 수험생이 부정행위로 적발된 것과 관련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대해 “해당 교사는 학부모의 과도하고 무분별한 민원에 무방비로 노출돼 온갖 괴로움을 겪고 있다”며 “교육청을 비롯한 교육당국은 교사 보호에 즉시 나서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2024학년도 수능시험에서 한 수험생이 부정행위로 적발된 것과 관련해 부모가 감독관이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가 1인 시위를 하고 파면을 요구하는가 하면 ‘교직을 떠나게 하겠다’는 등 도를 넘는 항의를 이어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교총은 “감독관의 소속, 근무지가 어떻게 알려졌는지도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수만 명의 수능감독 교원들은 언제든 자신의 신변도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원 노출 경위를 분명히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보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수능 감독과 관련된 과도한 학생의 항의, 학부모 민원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고, 교원들은 수능 감독을 갈수록 기피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그런데도 헌신만 요구받을 뿐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어떤 교원이 앞으로 수능 감독에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총에 따르면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수능 시험감독 기피현상이 있을 정도로 부담스러운 업무로 여겨지고 있다. 작은 소리에도 항의받기 일쑤인 데다, 수험생의 부정행위를 발견해 조치한 경우 항의가 잇따르거나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의를 우려해 정전기가 나지 않는 옷과 무음시계를 준비하고, 혹여 배에서 나는 소리가 시험에 방해될까봐 아침식사도 거른다는 호소가 나온다.

교총은 “이 때문에 그동안 교총은 시험감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분쟁에 대해 법률‧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교육당국에 계속 요구해왔다”며 “교원들의 수능감독 고충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수능감독이 기피업무가 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배려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하지 말고, 별다른 대책 없이 교원들에게 헌신만 요구하지도 말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감독관 교사들의 고충이 더 없는지 필요하다면 전수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원 보호, 민원 대응, 소송 지원방안 등 종합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무분별한 악성 민원을 강력히 처벌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근절할 수 없다”며 “악성 민원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는 입법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