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 논평]국가와 부산시의 공동불법행위 책임 인정한 부산지방법원의 형제복지원 판결을 환영한다
[공익인권변론센터 논평]국가와 부산시의 공동불법행위 책임 인정한 부산지방법원의 형제복지원 판결을 환영한다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24.02.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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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산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전우석)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해상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3번째 판결이자, 형제복지원이 소재하였던 부산에서 선고된 첫 판결이다. 또한, 법원은 이번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피고 부산광역시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였다. 이는 부산광역시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앞서 진행된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 소송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만 진행되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정당한 법적 근거 없이 강제로 수용되었음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을 강제수용한 법적 근거에 해당하는 ‘부랑인 단속 등 업무처리지침(내무부 훈령 제410호)’은 헌법 및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사건 훈령이 헌법에 정한 법률유보원칙, 명확성원칙, 과잉금지원칙, 적법절차 원칙, 영장주의원칙, 체계정당성 원칙 등 우리 헌법의 근간이 되는 원칙들에 위반되는 것으로 효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국가에 의해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기한의 정함이 없이 강제수용 당했고, 그 수용기간 동안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하는 가혹행위와 인권유린 행위를 겪었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국가와 부산시가 부랑인 단속 업무를 민간 법인인 형제원에 위탁하고,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인정되었다. 국가는 부랑인 수용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책임이 있으며, 부산시가 형제원에 위탁한 업무는 국가 사무로서 지방자치단체인 부산시에 기관위임된 사무임에도 대한민국 정부나 부산시는 형제복지원에서 자행된 인권침해 사실을 묵인하거나 제대로 된 조사 및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원고들의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피해자들의 수용기간 1년 당 약 8천만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원고들은 대부분 강제수용 당시 10세도 채 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이었고, 가족 등 보호자가 있는 상황에서 납치되듯 끌려와 형제복지원에서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며, 현재까지도 그 후유증으로 고통받아 제대로 된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사건 불법행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개입 및 묵인하에 장기간 계속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에게 인정된 위자료 액수는 그 피해를 온전히 보상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민변 형제복지원피해자지원변호단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공적 가해자인 국가와 부산시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배상하고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온전히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의 배상 금액이 인정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 나아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개별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손해를 배상받도록 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국가가 주체적·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특별법의 제정도 필요하다. 민변 형제복지원피해자지원변호단은 앞으로도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연대하여,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2024. 2. 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