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논평] 민주당 설훈 의원 탈당소동과 친명논란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당
[정치 논평] 민주당 설훈 의원 탈당소동과 친명논란을 바라보는 국민의힘 당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24.02.2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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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시장바닥처럼 시끌벅적하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총선이 이제 50여일 남짓 남았다. 정권을 잃은 거대야당 민주당의 움직임은 사뭇 분주하다. 특히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공천을 둘러싼 친명반명 논란, 재심과 탈당까지 불거지면서 민주당의 당내 사정은 그야말로 번잡하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갈팡질팡 미로에 빠진 반명 설훈 의원

도떼기시장 같은 민주당 당내경선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대표 지역사례는 부천을 선거구라고 할 수 있다. 부천은 전통적인 민주당 득세지역으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현역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조차 단 한명도 확보하지 못한 곳이라 민주당 내부의 갈등상황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사실 부천을은 반명의 대표격인 설훈 의원을 제외한 후보 모두가 이재명 당대표와의 인연과 친밀도를 내세우고 있다. 후보들간에 이른바 ‘친명논란’이 가중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설훈 의원은 5선의 관록을 보여주는 민주당 현역으로, 이번 총선에서 6선에 당선되면 국회의장 후보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반이재명 스텐스를 취한 업보 탓에 공천을 두고 시험대에 올라있다. 이런 까닭에 설 의원은 “나를 하위 20%에 집어넣는다면, 그때는 불공정하다고 내가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판단(민주당 탈당 후 개혁신당 입당)을 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며, 개혁신당의 의원들과 만나 입당을 타진한 바 있다.

마치 초읽기에 들어간 듯 했던 설 의원의 탈당기세는, 개혁신당의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가 11일 만에 주도권 다툼 속에 결별하게 됨으로써 그나마 비빌 언덕조차 애매해지게 되었다. 설 의원의 갈짓자 행보에 대해 지역정가에서는 “아무리 관록과 경륜을 가진 설훈 의원이라 하더라도 자신조차 경선 참여와 탈당을 예측하지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고인 변호하다 ‘친명’으로 출마한 김기표 후보

반면에 지역 정가에서는 누가 진짜 친명(이른바 ‘찐명’)인가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서진웅 후보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정책기획비서관, 김진표 국회의장의 정무협력 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다. 최근 기본사회위원회 부천지역 대표를 맡아 친명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국무총리실에서는 기본소득의 재원문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최근의 입장표변에 따른 부정적 시각을 유권자에게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김기표 후보는 부천고 졸업에 특수통 검사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 당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역임했다. 하지만 개발 직전의 맹지 매입 등 석연찮은 부동산 논란으로 2개월 만에 사퇴한 바 있다. 논두렁 시계 가짜 피의사실을 퍼뜨렸다고 알려진 특수통 모 검사를 변호하였고, 이외 문제적 거물급 인사들을 변호하는 등 다소 국민의힘과 결이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김 후보는 수감 중인 민주연구원의 김용 부원장의 변호인을 맡은 인연으로 친명후보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비교적 장기형인 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중이며, 피고인의 알리바이를 증언해 줄 실무진 두 명이 구속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호에 집중해야할 총괄 변호인단장인 변호사가 변호를 매개로 총선후보로 입후보 한 점은 방탄 국회, 방탄 공천, 변호인 공천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찐명 자객공천’ 논란의 중심 한병환 후보

한병환 후보는 친명을 넘어 찐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 보도(2024. 2. 21.)에 따르면, 당 안팎에서 이대표와 가까운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비명계 현역 지역구에 출마하는 친명 예비후보들의 후원회장을 맡았는데, 이는 ‘친명논란’으로 이어졌다”. 한병환 후보는 지역화폐 정책으로 경기도지사와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호흡을 맞추었고, 이재명 대선후보 지원활동 등으로 이한주 원장이 가장 먼저 후원회장을 맡은 찐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후보측은 당대표가 “각별히 챙기고 있는 지역이자 앞으로 행보를 같이 할 미래가 기대되는 후보로 수차례 언급했다”라는 이 후원회장의 전언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들은 ‘자객공천’, ‘자객멘토’라는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반명 탈당, 찐명 찾기’로 선거판 혼돈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공정경선을 주장하며 탈당까지 불사하는 관록의 설 의원과 찐명후보들을 두고 유권자들의 저울추가 어디로 기울지 자못 궁금할 것이다. 어느 후보가 찐명인지, 민주당-국민의힘 2자구도로 갈런지, 설훈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국민의힘-설훈의 3자구도를 가질것인지, 어느 후보가 흠결이 많고 공격하기 쉬울지, 어느 후보가 자당 후보와 맞설 때 가장 불리할 것인지, 지금 부천 지역정가는 유불리를 둘러싸고 표계산으로 분주하다.

한국사회 정치와 선거판은 그동안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정책선거로 발전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인물중심의 구도, 유력정치인 앞에 줄 세우기식의 구태공천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한국 정치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 공천의 난맥상, 친명반명을 둘러싼 쟁투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마음은 불편할 따름이다.

현재의 거대양당제, 검찰의 정치권력화, 줄 세우기 문화속에서 합리적 정치제도를 운운하는 것은 대답히 성급한 얘기일 수 있다. 다만 한국정치의 후진성인 “너 죽고 나 살기”식의 극단적 대결구도 다소나마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중심 정당문화가 보장되는 다당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