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4.3 왜곡 처벌에 관한 4.3특별법을 개정해야"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4.3 왜곡 처벌에 관한 4.3특별법을 개정해야"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24.04.0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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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76주년 제주4.3 추념사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은 유가족들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은 유가족들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존경하는 생존 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

피로 물든 한라산은 여전히 잠들지 못하고, 4.3 강풍으로 떠났던 동백꽃은 제주 섬으로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76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을 봉행하고 있습니다.

4.3 영령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4.3 광풍 속에 살아남은 유족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빨갱이 자식으로 누명 씌워져 좌절과 절망의 긴 세월 속에 숨죽여 살다가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아 4.3의 진실을 눈물로 통곡할 수 있었습니다.

간여름 바람만 불어도 눈물 나던 시절이었고, 한라산과 바다만 바라보아도 원통함과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던 세월이었습니다.

그 모진 질곡의 세월을 견뎌내며 평화스러운 제주 공동체를 일궈오신 유족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4.3의 실체적 진실을 향한 처절한 투쟁으로 4.3특별법이 개정되어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과 군사재판, 일반재판, 희생자에 대해 직권재심으로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43으로 뒤틀린 가족 관계도 폭넓게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 해결 과정에 따뜻한 성원을 보내주신 정부와 정치권,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국가공권력에 의해 저희 부모, 형제들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거나 억울한 옥살이로 시신조차도 찾지 못한 저희들에게 이 모든 상처와 고통이 치유될 수 있겠습니까?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 제주 본원을 본원으로 승격시키고 전액 국비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주면 안 되겠습니까?

저희들이 피눈물의 역사가 녹아있는 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주면 감사하겠습니다.

4.3 왜곡으로 저희들은 뼛속까지 파고든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 4.3을 진정성 있게 해결해 왔습니다.

역사를 왜곡하는 민족에게는 그 어떤 미래도 없을 것입니다. 4.3 왜곡 처벌에 관한 4.3특별법을 개정해 줄 것을 대한민국 정치권에 강력히 요청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4.3의 정의로운 해결의 훈풍이 대한민국 전역에 퍼져 대한민국이 명실공히 평화와 인권의 모범국가로 나아가기를 저희 유족들은 희망하고 있습니다.

오늘 추념식에 추모의 마음을 함께 모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거듭 영영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