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시집 ‘바람은 언제나 남쪽이었다’
이종화 시집 ‘바람은 언제나 남쪽이었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5.05.0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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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 테러리스트’ 이종화 시인이 펼쳐지는 신간 시집 ‘바람은 언제나 남쪽이었다’를 해드림출판사에서 펴냈다.

그가 자연 속에서 찾아낸 것은 무엇일까. 그의 첫 시집 ‘바람은 언제나 남쪽이었다’에는 그가 발견한 감성 철학이 가득하다. 방랑자와 같이 여기저기를 떠돌며 그저 묵묵히 길을 걷다 발견한 것은 곧 그 자신의 모습이 된다. 목적지 없이 삶의 길에서 의미를 찾는 시인의 발걸음은 모험이라기보다는 유랑에 가까울 것이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지는 노을 앞에 기도하는 나이 든 이의 두 손이 떠오른다. 삶의 충만함에 감사하고, 공허함에 탄식하는 두 손 모은 기도. 그 기도에는 깨달음과 연륜이 있다. 가을을 지나 추운 겨울을 보내고 시인이 기다리는 것은 또다시 봄이다. 마른 가지에 스치는 바람이 추워도 시인의 말대로 개나리가 반가운 봄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아쉬움으로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중에 발견한 것은 곧 그 자신이었다. 떠가는 구름에도, 감나무 밑에도 속속들이 보이는 것은 모두 과거의 추억이고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시집의 마지막에서 시인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찾은 듯하다.

어쩌면 생의 마지막 바람을 기다리는 낙엽처럼 방마다 하얗게 누운 노인들, 두 분이 찾아 오셨다. 엉뚱하게 위험하니 케이크에 불붙이지 마라시던 어머니, 그 분들도 치매 인 듯, 서로 더듬대며 모처럼 웃으신다.

하긴, 환갑도 지난 당신의 아들이 난데없이 시를 쓴다면 한 번 더 웃으실까, 침침한 달이 오늘 유난히 맑다. 추석도 내일 모렌데 달도 푸릇푸릇, 자국이 멍처럼 보이네, 넋두리일까, 돌아보니 별로 남다를 것도 없이 지난 시간들, 낙서처럼 댓글이라도 달아 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