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만나는 초여름 숲...김수효 개인전, 아미데일Armidale 숲의 기억
갤러리에서 만나는 초여름 숲...김수효 개인전, 아미데일Armidale 숲의 기억
  • 이태향 기자
  • 승인 2019.06.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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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효 작가  - 아미데일Armidale 숲의 기억
김수효 작가 - 아미데일Armidale 숲의 기억

눈 뜨면서부터 잠들기까지 우리는 빌딩과 잘 포장된 길 사이를 다닌다. 무미건조한 도시에서 벗어나는 꿈을, 커피를 마시는 동안 혹은 콘크리트 바닥 아래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가로수의 푸른 잎을 바라보는 순간, 아주 잠깐 꾸다가 금세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고 만다. 서울에 살든 지방에 살든 이 삶의 패턴은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날도 나는, 차로 가득 차있는 반포대로 10차선 도로를 지났고 정체에 조금 신경이 곤두서 있는 그런 상태였다. 주유소 건물의 2층에 있는 작은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아무 준비 없이 낯선 곳에 들어서버린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신선했다.

미술관은 그래서 비현실적인 출구다. 그곳에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해온 생각이나 익숙한 풍경에서 벗어나 어떤 근원적인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전시의 테마는 <아미데일Armidale 숲의 기억>이었다. 그림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나뭇잎이었다. 나뭇잎이 그토록 쌓이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까? 나뭇잎이 흔들리고 떨어지고 쌓이는 소리가가 샤르륵 들리는 듯 했다. 소리가 들리자 오히려 더 적막했다. 나뭇잎들은 태양을 등지고 있기도 하고 물에 비쳐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나뭇잎은 초록이기만한 것이 아니라 붉은 빛도 돌고 다른 어두운 색도 느껴졌다. 작가의 기억일까? 아미데일 숲에 대한. 아니면 숲의 기억일까? 이 공간을 지난 시간에 대한.

나뭇잎 그림을 둘러보는 동안 마치 숲에 들어온 기분이 들어 편안했다.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의 빛에서 상쾌한 여백이 느껴졌다. 그림 중에는 작가가 타이틀을 붙여놓은 것도 있었는데 ‘Lazing on a Sunday afternoon’이라는 글을 보는 순간 프레디 머큐리의 장난스럽고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미데일Armidale 숲의 기억>을 전시하고 있는 김수효는 ‘2019 아티커버리 PIN’의 톱9에 선발된 주목받는 신예 작가이다. 도시를 벗어나 초여름의 풋풋한 기분을 살짝 느끼고 싶다면 서초동 핑크갤러리에서 아미데일 숲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