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살리면 도시와 사람이 살고 건축물의 쓰임새가 커져
길을 살리면 도시와 사람이 살고 건축물의 쓰임새가 커져
  • 공지현
  • 승인 2019.09.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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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학교 건축학과 원호성 교수
동의대학교 건축학과 원호성 교수

 

동의대학교 건축학과 원호성 교수는 '길과 공원을 중심으로 한국의 도심에서 도시재생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도시형성과정, 도시재생과 도시재개발, 길과 공원의 역할 및 기능을 다뤘다. 유럽은 광장 위주의 대도시 국가를 형성하며 발전했다. 유럽의 도시재생사업은 우리나라와 도시 구조 태생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만의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길이 형성된 후 주변에 주거와 상권, 교차로가 형성된다. 원 교수는 선진국과는 다른 한국에 맞는 옷인, 길을 중심으로 도시재생과 도시재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콤팩트시티’(Compact City)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형태를 구현할 수 있다고 주창한다. 고밀도 개발로 인해 상대적으로 형성되는 오픈된 공간에 자연 환경을 보전하면서 도시와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이 도시 정책 모델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도심 고밀도 공동주택 유형의 개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재생과 도시재개발 확실히 구분해야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북촌 삼청동길. 길을 중심으로 선순환 구조에 성공한 지역이다. 지역주민들이 활성화시키면 방문자들이 반응한다. 지역 수입이 증가하니 지자체는 더 많은 세수를 걷는다. 이 돈은 지역주민의 복지나 편의기능에 쓰인다. 동의대학교 건축학과 원호성 교수는 북촌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자 지역주민들이 기존 주거를 게스트룸으로 용도 변경해 지금의 북촌 이미지가 탄생했다고 말하며 쇠퇴된 지역의 다시 회복된 도시재생의 사례로 들었다. 그는 도시재생과 도시재개발 개념 및 선택기준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경우 지역민과 동등한 관계에서 접근해야 하고 그곳의 장소성과 역사성 등을 고려해야 하며 실거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속가능한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는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며 탄생과 적응, 성장, 그리고 쇠퇴의 과정을 거치며 변화되어 왔습니다. 결국 도시는 한번 탄생하면 재생이나 재개발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도시재생이 시술이라면 도시재개발은 수술입니다. 수술이 필요한 곳에 시술을 하거나 시술이 필요한 곳에 수술을 한다면 문제가 되겠죠. 사람이 도시를 이룹니다. 사람과 도시는 같이 성장과 쇠퇴를 반복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도시재생과 도시재개발의 요인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오랫동안 쌓인 문화코드와 길이 있다면 도시재생을 해야 합니다. 지역의 정체성은 장소성, 그 지역의 문화코드로 발전합니다. 지역주민을 위해서라면 도시재생이 합당합니다. 도시재개발은 도시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곳에 적용해야 합니다. 흔히들 사람들은 인간과 도시는 유기체라고 말합니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혈관입니다. 혈관은 몸 곳곳에 영양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이죠, 혈관이 막히게 되면 그 부분은 썩게 되어 수술이 필요하겠죠, 도시에서 인프라는 바로 혈관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으면 도시재개발을 해야하는 것이죠.”

원 교수는 신사동 가로수길의 흥행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했다. 심리학의 자극 이론에 따르면 건축물(인공물)은 인간에게 과다자극을 주고 자연은 과소자극을 유발한다. 신사동 가로수길 주변은 빽빽하고 높은 빌딩숲이다. 그 사이로 2~3층 규모의 건축물과 현란하고 이색적인 쇼윈도 및 이벤트를 보여주는 곳이 신사동 가로수길이다. 그는 건축물이 꽉 찬 도심에서 휴먼스케일을 찾아 심리적 여유와 해방감을 느끼려는 심리에서 신사동 가로수길이 발전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도시 사람들이 쉬는 날에 산과 바다로, 시골 사람들은 도시로 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장 한국다운 건축물을 원하는 사회

원호성 교수가 현재 진행하는 ‘지속가능한 도심 고밀도 공동주택 유형의 개발’은 꽤 흥미롭다. 원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초고층 빌딩에 대한 거부감을 호감으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했다. 초고층 빌딩을 지을 때 법 기준에 따라 수직적으로 세대수를 늘려 지상층의 오픈 스페이스를 확보해 활용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오픈 스페이스는 거주자와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며, 어메니티(Amenity)와 편의시설, 복지시설 등의 이벤트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주거동 사이 간격을 넓히면 일조권, 시티뷰, 바람길을 누릴 수 있다. 건물들이 너무 밀집해 일어나는 도심의 열섬현상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그는 이것이 수변공간에 인접한 공동주택에 추천하는 시스템이라며, 지속가능한 건축은 거주자와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교수는 합리주의(Rationalism)에 기반에 두고 한국성(Koreaness)을 녹여내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그만의 디자인 언어가 만들어진다. 이론을 건축화하는 작업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경제공황으로 각 국가마다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하는 경향은 예술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는 국가적 지역주의를 유행케하는데 최근 한국에서도 한국성이 유행해 제품디자인의 복고로의 회귀, 한복, 한옥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건축가인 그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며 건축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합리주의(Rationalism)가 태어난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며 소신을 갖게 됐다. 현 사회상에 발맞추어 합리주의에 어떻게 한국성(Koreaness)을 녹여낼 수 있을지를 고심하며 논문을 쓰고 건축물을 짓는다. 그의 정신을 담은 건축물이 곧 완성된다. 합리주의에 우리나라 전통사상인 풍수를 녹여낸 양평에 주택을 계획했고, 현재 설계가 끝나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그는 서울과 부산의 공공건축가, 서울시 공공디자인 전문가, 부산국제건축문화제에서 큐레이터로, 매년 개최되는 부산국제건축디자인워크숍과 바르셀로나도시건축국제워크숍에서 튜터로 활동하고 있다. 해외 대학에서 종종 강연하며 국내 현상공모심사 및 기술자문, 학회 좌장, 심의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재건축연구소와 협업해 도시계획, 경관설계 및 건축설계를 소화하고 있다. 길과 사람, 건물이 조화를 이루어 도시를 구축하는 것. 원호성 교수가 꿈꾸는 도시를 언젠가 마주하게 되길 소망한다.

합리주의 바탕 위에 한국적인 정서 담은 건축 담아낼 것

어느덧 건축업계에 몸담은지 25년째. 청년시절 이탈리아 밀라노 공과대학에서 실용성과 합리주의 교육을 수학하며 이를 국내에 접목하는데 누구보다 열정을 다해왔던 원 교수는 합리성 위에 한국적인 색깔을 입히는 작업을 꾸준히 펼쳐왔다. “건축가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건축의 질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길을 그저 달려왔을 뿐입니다.” 건축은 의식주와 가장 밀접한 학문입니다.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는 분야로써 보다 건축산업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가 오픈되어야 보다 발전할 수 있다는 말. 이미 선진 유럽은 오픈되어 시민들의 건축 수준도 상당하다고 지적하는 원 교수는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안되며 비판이 많아야 발전도 거듭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평소 건축 이론가이자 그 이론에 바탕을 둔 실행자로써 건축업계에서도 그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원호성 교수. 앞으로도 뛰어난 인재 양성은 물론 수준 높은 연구 성과를 통해 국내 건축 발전에 기여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원호성(Won, Hosung) 동의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홍익대학교와 이탈리아 국립밀라노공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고려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를 수료하였다. 그 후 이탈리아 Mario Bellini Architects와 Kuma Kengo & Assocoates에서 실무활동을 하였고, 日本 東京大學校 대학원 건축학과에서 석사후연구원으로 연구활동을 하였다. 건축디자인연구소 다앤파트너스의 소장으로 근무하였으며, 한성대 및 고려대 건축학과 외래교수로 역임하였다.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세계건축가연맹 UIA Celebration of Cities III-1등, 서울디자인재단 건축부문 현상설계공모 당선, 2015 올해의 건축가 100인 선정 등 국.내외 권위있는 어워드에서 수상경력이 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