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지막 광부 역사 속으로
[칼럼] 마지막 광부 역사 속으로
  • 연합매일신문
  • 승인 2024.01.03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탄산업전사 추모 및 성역화추진위원회 박용일 고문

요즘 유난히 추운 겨울철 한파가 자주 들이닥쳐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전기난로나 가스등을 많이 사용하게 되고 전기세나 가스비를 걱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현재 수입이 거의 없는 독거노인이나 저속득층 가정에서는 연탄으로 겨울을 나고 있다. 매년 12월이 되면 우리 회사는 어김없이 사랑의 연탄봉사를 하는데 올해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르다. 왜냐하면 다가오는 2024년 6월 30일부로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가 폐광하고 2025년 6월 30일 도계광업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석탄산업전사 추모 및 성역화추진위원회 고문 박용일
석탄산업전사 추모 및 성역화추진위원회 고문 박용일

우리나라의 석탄산업은 황금기를 누리던 70-80년대를 정점으로 정부에서 추진한 석탄산업 구조조정 정책인 석탄산업합리화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폐광을 하면서 점점 쇠퇴하기 시작하였으며 이제 내년이면 역사의 뒤안길에서 광부들의 힘겨운 삶을 뒤로 한 채 역사속으로 사라져야만 한다. 석탄산업은 한때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으며 그 중심에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탄광 막장에서 죽음을 불사하며 피와 땀으로 석탄을 캐며 산업역군의 칭호를 받았던 광부들의 처절한 삶이 녹녹하게 녹아있다. 석탄을 캐기 위해서는 천공 장비인 착암기를 사용하여 암석을 뚫어 이 구멍에 화약 장약 및 발파, 갱의 천장을 받치는 동발을 세우고 압축공기를 이동시키기 위한 배관작업, 석탄을 운반하는 광차의 궤도 작업, 석탄과 경석을 치우기 위해 갱외로 운반하는 작업, 막장에서 석탄을 캐기 위한 굴착작업을 하여 채굴한 석탄은 삽의 역할을 하는 쇼벨, 슈트를 사용하여 갱외로 운반한다. 칠흑같이 어두 껌껌한 막장 내에서 헬멧에 착용한 전등 불빛에 의존해 오거드릴, 곡괭이 및 삽 등을 이용해 탄을 캐고 땅속 지열과 습도로 인해 땀에 젖어 일하면서 석탄분진을 들이마시며 소음과 진폐에 노출되어 직업병을 얻게 되고 가장 무서운 갱 내 붕락 사고, 고인 물이 터지는 물통 사고, 인체에 유해한 유독가스 등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사고로 순직한 유가족이나 살아있는 광부는 일자리를 잃고 직업병인 소음성난청, 진폐증, COPD 및 근골격계 등 많은 병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젠 마지막으로 남은 탄광이 폐광되면 산업역군의 칭호를 받으며 경제대국에 이바지했던 광부들의 삶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정부는 직업병으로 고생하는 광부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폐광에 따른 특별위로금과 광부들의 재취업을 위해서도 석탄 및 경석 등 활용가치가 있는 산업 개발과 폐광지역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젠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광업소의 폐광과 동시에 순직 산업전사의 희생정신은 역사적으로도 묻히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매년 순직한 광부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산업전사 위령제가 산업전사위령탑과 위령각에서 거행되고 있었으나 정부 예산 및 시민들의 참여의식이 너무나 부족한 실정이었다.

다행히도 이번 석탄산업전사 추모 및 성역화추진위원회가 발족되어 정부로부터 425억 원이라는 예산을 확보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차후 이 사업이 차질이 없도록 정부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 없이는 지금까지 광부들이 남긴 발자취나 폐광된 이후 유물들을 잘 간직하고 보존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급하게 정부는 ‘광부의 날’을 제정해서 국민들이 광부의 노고를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